이 기사는 2012년 07월 03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좋은 대학교를 가려면 수학을 잘 해야하고 멋진 인생을 살려면 영어를 잘 해야 한다"학창시절 어머님께서 늘 해 주셨던 말씀이다. 그 때 어머님은 공부하는 아들을 앞에 두고 뜨개질을 하셨다. 같이 책을 읽자며 동네 도서관을 가셨다. 여고생 때 처음 가 보셨다던 대학교에 당신 아들이 다니게 됐다며 기뻐하셨다. 그 대학교 강당에서 어머님은 난생 처음 연극을 보셨다.
어머님의 최종학력은 고등학교 졸업이다. 어머님은 어떻게 해야 영어와 수학을 잘 하는지는 가르쳐주시지 않았다.
'장밋빛 보여주기'는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가장 간편한 방법이다. 과정에 대한 복잡한 설명 없이도 일정한 의도를 심어줄 수 있다. 다만 전제 조건이 있다. 목적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다.
체화되지 않은 대부분의 장밋빛은 허상에 그친다. 자신이 원하던 대학교에 간 친구는 남들 다하는 수학 문제집을 제쳐두고 원리부터 집중했다. 어머님의 장밋빛을 귓등으로만 들었던 아들은 서른이 넘어서야 무릎을 쳤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67조원의 경제효과와 36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연간 외국인 500만명 포함 약 1억70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를 건설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1년 전 용산역세권개발㈜이 관련 사업에 대한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했던 말이다. 용산역세권개발㈜은 그 때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가 랜드마크빌딩을 4조1632억원에 선매입하기로 했다고 했다.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4000억원을 유상증자할 것이라고도 했다.
서부 이촌동 주민 문제는 보상일정까지 포함된 종합대책을 지난해 9월까지 발표하기로 했다. 올해 5월에는 초고층 빌딩들의 최종 디자인을 확정하고 대대적인 발표회도 가졌다. 말 그대로 성대했다.
그 장밋빛은 그러나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의 출자사들의 이해까지 얻지는 못한 모습이다. 드림허브에 제일 많은 지분을 출자한 코레일은 랜드마크빌딩의 선매입을 위한 2차 대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두 차례에 걸쳐 단행하겠다던 유상증자는 지난해 말 1차 증자가 이뤄진 후 소식이 없다. 지난달에는 나올 것이라던 서부 이촌동 주민의 보상 계획안도 마찬가지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 앞에 가장 많이 쓰인 수식어는 '단군 이래 최대'다. 사업비만 30조원을 웃돈다. 사업 크기가 최대라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간 중간 사업에 대한 이해와 검증 작업이 있어야 한다.
출자사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사업 진척 의지가 없다면 찾아가 설득하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이제까지 장밋빛 미래만 제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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