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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롯데·삼성카드, CP잔액 '확' 늘었네 카드업계 CP 잔액 5조원 돌파…레버리지 규제 앞두고

황철 기자공개 2012-07-16 17:18:08

이 기사는 2012년 07월 16일 1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카드사의 기업어음(CP)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달엔 한 때 사상 처음으로 발행잔액이 5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반면 장기자금 조달 수단인 회사채 발행은 갈수록 줄고 있다.

카드사들이 회사채 발행을 줄이고 기업어음 발행을 늘리는 것은 오는 19일 입법예고될 여신전문금융회사법 시행령 개정안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시행령을 바꿔 올해 연말부터 레버리지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자, 카드사들이 발빠른 대응을 위해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 발행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어음 발행은 신한카드 롯데카드 삼성카드가 주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레버리지 배수에 여유가 있는 곳들이다. 반면 하나SK카드 현대카드 등 레버리지 배수가 높은 회사들은 여전채는 물론 기업어음 발행도 자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 CP 발행잔액 지난달 5조 원 돌파, 역대 최고치

현재(13일 기준) 6개 카드사가 발행한 CP 잔액은 4조4173억 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20일 5조1493억 원을 기록, 처음으로 5조 원을 돌파한 후 반기 결산 영향으로 3조 원대로 떨어졌다가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이다.

CP 발행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업계 1위인 신한카드다. 이달 들어 10영업일만에 발행잔액을 1조1478억 원까지 2배 가까이 늘렸다. 신한카드는 금융위기 전 미상환 CP가 2조 원에 육박했지만 2008년 이후 불과 1년 만에 3000억 원 수준까지 잔액을 낮췄고 지난해 상반기까지 5000억~7000억 원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레버리지 규제 논의가 본격화한 지난해 7월 이후 다시 발행을 늘리기 시작하더니 연말엔 '1조 원 클럽'에 복귀했다. 지난달 결산을 앞두고 7478억 원까지 줄이는가 했지만 이달 들어 금세 1조 원을 다시 넘어섰다.

카드 CP 1

CP 만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도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미상환 잔량 대부분의 만기가 2년~3년 사이 장기물로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15일~한달 짜리 짧은 만기로 차환과 상환, 재발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 역시 CP 잔량 조절을 통해 레버리지 규제에 손쉽게 대응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3월말 신한카드의 레버리지 배수는 4.49배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평균(6.65배)을 크게 밑돌아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 전체적으로 여전채 발행에 대한 심리적 위축이 계속되고 있어 아직은 채권보다 CP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신한카드의 여전채 발행량은 크게 줄었다. 신한카드는 상반기 7095억 원의 채권을 찍었다. 여전채 시장이 냉각된 전년 동기 1조2112억 원보다도 5000억 원 이상 줄었다. 다만 7월 들어 스프레드 축소와 금리 인하 등으로 채권 발행 여건이 좋아져 무게추를 다시 조절할 개연성은 커진 상황이다.

롯데카드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CP 잔액이 1조 원에 육박해 역대 최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롯데카드는 타 여전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CP 발행이 많지 않던 기업이다. 금융위기를 전후해 5000억 원 안팎을 유지하던 잔액은 올 초까지 비슷한 추이를 보여 왔다.

카드 CP 2

지난해부터 대부분 CP를 만기 2년~3년짜리 장기물로 조달하던 것도 신한카드와 닮았다. 하지만 6월을 기점으로 10일~한달짜리 짧은 만기물량을 대폭 늘려 현재 9295억 원까지 잔액이 늘었다.

반면 상반기 채권 발행액은 2300억 원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 4523억 원의 절반 수준. 이 역시 레버리지 규제와 직간접적 영향을 맺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3월말 롯데카드의 레버리지 배수는 5.67배로 업계 평균을 밑돌고 있다.

삼성카드는 카드업계 중 레버리지 배수(2.54배)가 가장 낮다. 조달을 대폭 늘려도 금융당국 규제에 따른 여파가 크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보수적 경영은 조달 행보에도 고스란히 묻어 난다.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적정성 유지에 대한 의지가 CP 발행의 특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그만큼 만기가 짧고 월말이나 결산기 대처도 발빠르다.

삼성카드는 5일~60일 사이의 짧은 만기물로 모든 물량을 채우고 있다. 13일 현재 잔액은 6800억 원이지만 일별로도 편차가 크다. 5일물이 4000억 원에 달하고 나머지 역시 두달이 채 안 된다.

여전채 발행 역시 많지 않다. 상반기 채권 시장에서 2900억 원 정도의 자금을 조달했을 뿐이다. 전년 동기 8065억 원의 36% 정도에 불과한 금액이다.

◇ 레버리지 배수 따라 입장차 선명

KB국민·하나SK·현대카드는 여전히 CP 의존도가 높지만 최근 들어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CP를 줄이고 있다고 보기에는 다소 성급한 측면이 있다.

KB국민카드는 설립과 동시에 회사채·CP 등 시장성 조달을 비약적으로 늘려왔다. CP 발행 규모는 불과 1년도 안된 올 1월말 1조3415억 원까지 증가했다. 최근 7000억 원까지 잔액을 줄었지만 여전히 절대 규모가 큰 상태다.

KB국민카드는 회사채 시장에서도 지난해 3조 원, 올 상반기 1조7980억 원 등 여전사는 물론 일반기업을 통틀어 가장 많은 발행량을 나타내고 있다. 3월말 레버리지 배수는 4.85배로 여유가 있다.

하나SK카드 역시 CP 규모가 줄었지만 절대치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나SK카드는 지난해 7월 CP 잔액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순상환에 나서 연말 5000억 원대를 유지했다. 올 들어 다시 조달을 확대해 6월20일 9400억 원까지 치솟았다. 상반기말 7600억 원, 7월13일 7100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결산에 대비한 측면이 강해 의미를 두긴 힘들다.

하나SK카드는 상대적으로 레버리지 배수가 높아 차입 자체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이미 레버리지 배수가 18.53배에 치솟아 차입금 조절만으로는 규제를 피하기 힘든 수준까지 왔다. 무수익 자산정리, 유상증자, 조달 축소 등 다방면에 걸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태.

결국 당분간 영업력 확대에 주력하고 이후 유증, 자산정리 등으로 레버리지 규제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시기별 편차는 있지만 CP·회사채 발행 규모가 크게 줄지 않은 원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하나SK카드는 상반기 회사채 시장에서도 868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다만 기업어음의 잔량 조절을 용이하기 위해 만기를 상대적으로 짧게 가져가고 있는 점은 특이할 만 하다. 미상환 CP 7100억 원 중 4100억 원은 10일~4개월의 만기를 나타내고 있다. 나머지 역시 1년물로 타 카드사에 비해 만기가 전반적으로 짧다.

현대카드는 업계에서 가장 CP 활용도가 낮은 기업이다. 지난해까지 월말 기준 1000억 원~3000억 원을 유지해 왔고 연말 잠시 5200억 원까지 상승했다. 올해에도 등락은 있지만 월평잔 1000억 원~3000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카드 3월말 레버리지 배수는 6.43배로 업계 평균에 근접해 있다. 최대한 차입을 줄여 자산 확대를 막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규제가 본격화하기 이전에 조달 자체를 자제하는 모습.

현대카드는 올 들어 채권 발행량도 조절하고 있다. 상반기 여전채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61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1조857억 원의 56% 수준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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