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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일렉, 연매출 230억 파슨에 1000억 배상? ICC 법원 대우일렉에 100% 책임 판정…안이한 대응 지적

윤동희 기자공개 2012-08-07 10:44:44

이 기사는 2012년 08월 07일 10: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지난해 6월 국제상공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으로부터 받은 1000억 원대의 손해배상 판정이 과다하게 계상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대우일렉과 채권단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판정이 나와 매각 작업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파슨(Parson)과 이란에 3년 단위로 물품을 공급하기로 하고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총 6년간의 독점판매 계약을 맺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3년간의 1차 판매시기가 지난 2007년, 파슨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파슨이 당해 정해진 물량을 소화하는 데 실패, 최소구매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파슨은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물품만을 이란에 판매하는 소규모의 가족회사로 첫 두해의 매출에는 이상이 없었고 2006년에 기준선에 부족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계약 해지 사유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었지만 파슨은 ICC 법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판매 물량이 기준치에 미달한 것은 제품상태를 불량하게 만들어 본사에 피해를 입힌 제조사에 책임이 있다는 논리였다. 파슨은 이때 불량품에 따른 판매 손해 배상액으로 700억 원 가량을 제시했다.

파슨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제품을 판매한 총 4년의 기간 동안 파슨의 매출 총합은 700억 원이었고 첫 3년간의 연매출 평균은 230억 원이었다. 파슨은 2004년 2000만 달러(225억 원ICC 판정 당시 2011.6.25 환율 적용), 2005년 2800만 달러(315 억 원), 2006년 1300만 달러(147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계약 해지 통보를 한 2007년에는 50만 달러(5 억 원)의 매출만 올렸다. 계산 가능한 최대한의 금액대에서 손해배상액을 제시한 셈이다.

회사와 채권단은 파슨이 주장한 배상 청구가액이 터무니 없는 데다 귀책 사유도 뚜렷하지 않다고 판단,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또한 법적 다툼시 승소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2009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채권단이 4차 매각작업에 돌입했을 당시 우발채무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며 사측은 해당 소송에 대해서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영국계 로펌 앨런앤오버리(Allen&Overy, A&O)와 법무법인 광장을 대리인으로 선정해 중재를 진행했으나 상황은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중재 재판부가 '불량품만 아니었으면 더 팔 수 있었다'는 파슨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해 파슨이 '더 팔지 못한 물량'으로 계상한 700억 원대의 배상액이 100% 적용됐다. 파슨의 4년치 매출총합을 모두 물어주는 수준에 더해 각종 부대비용과 이자비용을 포함해 9808만 달러(1106억 원)의 손해배상 판정이 나왔다.

사측은 중재 결과를 조정하지 못한 책임을 광장에 묻고 김·장법률사무소로 대리인을 바꿔, 국내 법원에서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광장도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아보인다. A&O와 광장이 대우일렉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다투었지만, 중재인이 편견이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중재지가 서울이었음에도 중재인은 단 한번도 서울을 방문하지 않았고, 청문도 싱가포르에서 할 것을 고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취소 소송 절차가 대우일렉트로닉스 본입찰인 21일까지 결론나기엔 시간적으로 촉박하다는 점이다. 파슨은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중재판정을 받고도 지금까지 한국법원에 중재판정 집행을 신청하지 않고 있다. 또 파슨이 두바이에 설립된 명목상의 회사(paper company)이다보니 소장 송달에 과다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부득이 파슨의 중재 대리인인 영국 로펌을 통해 소장 송달을 독촉했지만, 응소하는데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파슨측과의 합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 회사는 쉽사리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제품 판매 이외에는 영위하는 사업이 뚜렷하게 없던 파슨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작업이 재개된 후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파슨에 50억 원을 지급하는 데서 합의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파슨 측은 이를 거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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