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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쿼리발 후폭풍 차단?..한화생명의 꼼수 투자 실질 거래주체 · 흥국자산 통해 최종 지분투자.."맥쿼리 비난 여론 부담"

박창현 기자공개 2012-10-22 17:12:12

이 기사는 2012년 10월 22일 1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생명이 군인공제회가 판 맥쿼리인프라펀드(이하 맥쿼리펀드) 지분의 실제 투자자로 밝혀졌다. 한화생명은 직접 지분을 인수하는 대신 자산운용사 신탁사모펀드를 통해 맥쿼리펀드 지분에 투자했다. 운용보수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대리자를 내세워 투자에 나선 이유에 대해 시장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지난 11일 보유 중이던 맥쿼리펀드 지분 3899만4214주(11.76%)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949만6072주(5.88%)를 흥국자산운용이 결성한 '흥국하이클래스 사모증권투자신탁 363호(이하 흥국사모신탁)'에 팔았다.

표면상 흥국자산운용과 군인공제회간 거래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군인공제회는 지난달부터 맥쿼리펀드 지분 매각을 위해 시장 조사를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한화생명과 매매 협상에 나섰다. 결국 협상은 타결됐고 군인공제회는 한화생명을 투자 적격자로 낙점했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직접 지분을 매입하지 않고 흥국자산운용의 흥국사모신탁를 통해 지분을 사들였다.

흥국사모신탁은 맥쿼리펀드 지분 매매가 이뤄지기 바로 전날인 이달 10일 결성됐다. 사모펀드 설정액(1218억원)은 맥쿼리펀드 지분 인수금액 1216억6000여 만원과 거의 같다. 유동성을 공급하는 수익자는 한화생명 단 한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적으로 맥쿼리펀드 지분 인수를 위해 만들어진 펀드나 마찬가지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출자한 흥국자산운용 펀드에 맥쿼리펀드 지분 일부를 팔았다"며 "최종 계약은 흥국자산운용 측와 체결했다"고 밝혔다.

경제적 측면에서 한화생명이 자산운용사를 중간에 끼워 거래에 나설 이유는 많지 않다. 우선 자산운용사 펀드로 지분을 사게되면 운용 보수 등 비용이 발생한다. 물론 전문적인 리서치와 시황 분석이 요구되는 자산의 경우, 전문 인력을 보유한 운용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운용 보수 대비 더 많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맥쿼리펀드 주식은 배당을 통해 일정 수준만큼의 수익을 얻는 안정적인 금융상품으로 특별한 자산 운용 노하우가 필요한 건 아니다.

또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서 금융회사가 펀드에 50%이상 출자하면 출자 비율만큼 펀드가 갖고 있는 자산을 회계 장부에 반영해야만 한다. 펀드로 자산을 사나, 직접 자산에 투자하나 똑같이 회계장부에 인식되는 셈이다. 한화생명도 회계장부에 흥국사모신탁 지분이 자산으로 잡히는 게 아니라 이 펀드가 투자한 맥쿼리펀드 지분이 그대로 자산으로 잡힌다. 회계상 차이가 전혀 없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한화생명이 익명성 보장을 위해 자산운용사 신탁펀드를 활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모펀드로 지분을 사면 투자자가 외부로 드러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맥쿼리펀드도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흥국자산운용이 지분을 취득한 사실만 공시했다. 흥국자산운용 펀드의 투자자가 누군지는 전혀 확인할 수 없다.

더욱이 맥쿼리펀드는 이달 초까지 국정감사에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고금리 이자 수익 구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금융당국 차원의 정밀 조사 요구가 이어졌다. 맥쿼리펀드 설립 초기부터 투자를 단행해 지난 10년 동안 단 차례도 지분을 팔지 않았던 군인공제회가 갑작스럽게 지분 정리에 나선 것 역시 이 같은 비난 여론과 무관하지 않다.

안정적인 수익처가 필요했던 한화생명로서는 민감한 여론 탓에 군인공제회가 울며 격자 먹듯이 내놓은 맥쿼리펀드 지분에 큰 관심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시가 대비 할인된 가격으로 지분을 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더욱이 한화생명은 이미 8%가 넘는 맥쿼리펀드를 갖고 있던 주요 주주이기도 했다. 그만큼 해당 종목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다.

하지만 한화생명 역시 시장에 직접 노출되는 것에 부담을 느꼈고, 결국 흥국자산운용을 통해 지분 취득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펀드를 활용하면 기관투자가들은 외부 공개 없이 자산을 살 수 있다"며 "한화생명 역시 자산의 성격 등을 고려했을 때 이같은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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