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자닌 틈새시장 '혹한' 중소형證 '비상' 미매각분 처분 분주...평판 훼손 불가피
한형주 기자공개 2012-10-30 17:21:19
이 기사는 2012년 10월 30일 1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이엠투자증권과 동부증권, 유진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의 메자닌 딜 참여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 증권사들이 기피하는 한계기업들의 주식연계증권(ELB) 발행 거래에 무분별하게 뛰어든 결과 청약 미달 물량만 잔뜩 떠안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자기자본이 3조 원대인 우리투자증권이나 KDB대우증권에서도 500억 원 이상 물렸다 하면 앓는 소리가 나오는 판에, 5000억 원 내외의 중소형 증권사들에겐 수백억 원대의 미매각분도 버거운 게 당연지사다.
이들 증권사 대부분은 사내 IB사업부에 자체 인수북(book)을 두지 않고 있어 딜이 있을 때마다 대표이사 승인 하에 임시로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스폿(spot)성 북인 만큼 조성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타이트하다. 그러다 실권이 발생하면 트레이딩 사업부 등에 이관하게 되는데 청약 실패시 사내 신뢰도가 크게 꺾여 향후 다른 딜 수행에 무리가 따른다. 금융투자(IB) 업계에선 대형 증권사들의 발길이 상대적으로 뜸한 ELB 시장을 적극 공략하던 중소형사들이 '틈새의 덫'에 걸렸다고 평가한다.
30일 머니투데이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말까지 메자닌 거래 주관실적 상위엔 아이엠·부국·이트레이드·유진·동부·LIG·하이투자증권 등 중소형사들이 대거 랭크돼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JP모간과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 BofA 메릴린치 등 국내외 대형 IB들이 해당 거래를 주도했던 것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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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대형사들이 ELB 발행시장에서 황급히 발을 빼는 추세는 경기불황 장기화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와 맞닿아 있다.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재무상태가 부실한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관여하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딜 가뭄 속 먹거리 확보가 절실한 중소형사들은 이를 기회 삼아 너도나도 메자닌 거래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흥행이 담보되지 않은 딜에 물불 안가리고 달려드는 이유는 트랙레코드(딜 수행 실적)와 수수료 수익 때문이다. ELB를 모집주선하거나 인수할 경우 수수료율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이지만 대략 발행금액 대비 2% 내외의 수수료를 받는다. 여기에 대표주관까지 맡으면 추가 수수료가 지급된다. 딜의 성공 가능성이나 리스크가 커질 수록 수수료율은 올라간다.
비록 액수는 기업공개(IPO) 주관·인수수수료만 못하지만 시장에 거래가 워낙 뜸한 데다 그나마 간간이 나오는 굵직한 딜은 대부분 대형사 차지이다 보니 틈새시장을 노리게 된 것이다. 문제는 올 들어 중소형사들이 주도권을 잡게 된 ELB 시장에 유독 청약 흥행 실패가 잦았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말 8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에 나선 트레이스는 청약 수요 부진으로 59억여 원만 조달했다. 당시 대표주관은 LIG투자증권이, 모집주선은 유진투자증권이 맡았다. 트레이스 측이 미달된 잔여금액을 미발행 처리키로 했기 때문에 해당 물량을 떠안지는 않았다. SBI글로벌인베스트먼트가 지난달 발행한 BW 일반공모에서도 31억 원 넘는 미매각 물량이 발생했다.
그러던 중 6월과 이달들어 잇따라 진행된 동부그룹 계열사들의 BW 발행 거래에서 설마했던 우려는 현실이 됐다. 4개월 전 동부건설의 800억 원 규모 BW 공모에서 448억 원, 지난주 동부제철의 1000억 원 규모 BW 공모에서 725억 원에 달하는 실권이 발생, 각각의 딜에 참여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감당키 어려운 규모의 금액을 떠안는 악몽에 시달렸다.
아이엠·동부·유진·하이·이트레이드·LIG투자증권 등이 그 장본인이다. 이 중 아이엠·동부·유진투자증권은 두 거래에 모두 참여해 특히 타격이 컸다. 지난주 오성엘에스티의 150억 원 규모 BW 발행 딜에 뛰어든 이트레이드증권과 하이투자증권도 청약에서 발생한 6억 원가량의 미매각분에 대해 사측이 미발행키로 한 덕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IB업계에선 앞선 사례를 두고 리스크 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메자닌 딜에 적극 뛰어드는 것에 대해 시장이 경종을 울리는 것으로 해석한다. 대형사보다 공격적인 성향을 띤 중소형사들의 수익 구조는 자칫 부메랑이 돼 큰 인수 손실로 돌아올 수 있고 향후 딜 수행시 부담도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떠안은 물량은 어떻게든 시장 안팎에서 털어내게 마련이지만 손실 규모가 클수록 트랙 레코드에 흠집이 나는 경우도 있다"며 "무엇보다 시장 평판 훼손으로 향후 IB 영업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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