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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정(情)에 뽑은 하이투자증권, 독(毒)됐나 전 CJ계열 인연으로 주관 수임..역량 부족 탓 마케팅 기여 못해

박창현 기자공개 2012-11-08 11:11:03

이 기사는 2012년 11월 08일 11: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투자증권에게 CJ그룹은 친정과도 같다. 지난 2008년 현대중공업에 매각되기 전까지 하이투자증권은 CJ계열사였다. 이런 인연을 지렛대 삼아 하이투자증권은 CJ헬로비전의 기업공개(IPO) 주관사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CJ헬로비전 IPO가 일반공모 흥행 참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게 되면서 마케팅 역량과 거래 기여도가 떨어지는 하이투자증권을 발탁한 것 자체가 패착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지난 2008년 하이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을 상장 공동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후 해외 마케팅 강화 차원에서 JP모간이 주관사단에 합류했다. 대우증권은 IB업계 전통의 강호로서 실력이 입증된 반면 하이투자증권은 트랙레코드가 미비한 증권사였다. 그럼에도 하이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선정된 이유는 바로 CJ그룹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올해 드디어 CJ헬로비전 상장이 본격화되면서 하이투자증권은 거래 전면에 나서게 됐다. 하지만 예상대로 하이투자증권은 다른 주관사들에 비해 국내외 마케팅 과정에서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CJ헬로비전은 성공적인 IPO를 위해 해외 투자자 공략에 특히 많은 공력을 쏟아 부었다. 변동식 대표이사가 직접 해외 IR를 챙겼고, 로드쇼 역시 아시아 뿐만 아니라 북미 지역까지 돌았다.

해외 마케팅 과정에서 단연 활약을 펼친 증권사는 JP모간이었다. 대우증권 역시 해외 지점 네트워크를 활용해 JP모간과 시너지를 냈다. 해외 기관 미팅 스케쥴의 70%는 JP모간이, 30%는 대우증권이 책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력의 결과 수요예측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194곳의 기관들이 참여해 19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장기투자펀드가 많이 참여한 점도 고무적이었다.

다른 주관사단이 큰 활약을 한 반면 해외 투자자 대상 에퀴티 거래 경험이 없는 하이투자증권은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관 마케팅은 JP모간과 대우증권이 주도했다고 보면 된다"며 "하이투자증권처럼 주기적으로 빅딜을 해보지 않은 증권사들은 해외 투자자와 네트워크가 약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빅딜 경험이 별로 없는 하이투자증권은 국내 마케팅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해외증권사는 국내 지점이 없기 때문에 일반투자자 마케팅은 전적으로 국내 IB가 책임져야 한다.

일례로 CJ헬로비전과 규모와 거래 성격이 비슷한 GS리테일은 상장 주관사로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톱티어(top-tier) 증권사를 2곳이나 선정했다. 여기에 공동주관사까지 한 곳 더 뒀다. 국내 마케팅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형 증권사를 전면에 대거 배치시킨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단 한 건의 IPO 주관 실적을 올렸을 뿐이다. 이 딜도 100억원 미만의 소형 거래였다. 영업력과 직결되는 지점수도 하이투자증권은 52개로, 대우증권(107개)의 절반 수준이다. 다른 공동 주관사에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마케팅 능력은 실제 CJ헬로비전 일반공모 청약 주문 현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반공모 청약 주식(95만여 주) 가운데 대우증권 계좌로 신청된 청약 비중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이투자증권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마케팅을 주도해야할 대표주관사가 수준 미달의 역량을 보여준 것이다.

결국 CJ헬로비전은 리그테이블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하이투자증권을 주관사 파트너로 삼아 일반투자자 대상 마케팅에 나선 결과, 일반공모 대량 실권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기관과 일반공모 등 마케팅 전반에 걸쳐 하이투자증권의 역할이 미비했다"며 "CJ 후광을 입고 CJ헬로비전 거래에 참여했지만 결과적으로 CJ측에 반대급부로 도움을 준 부분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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