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현대엘리에 소송 또 제기 왜? 회계장부열람訴 패소 가능성↑, 파생계약 직접 압박 '현대그룹 흔들기'
김장환 기자공개 2012-12-03 15:47:02
이 기사는 2012년 12월 03일 15: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쉰들러 홀딩 아게(Schindler Holding AG)가 현대엘리베이터에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번에는 파생상품 계약 관계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소송이다. 쉰들러는 이미 오랜 기간 동안 현대엘리베이터와 회계장부 및 이사회의사록 열람 소송을 진행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은 추가 소송에 들어가자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35.07%)인 쉰들러 홀딩 아게(쉰들러)는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현대엘리베이터가 맺고 있는 파생상품 계약 연장 및 신규 계약을 금지시켜달라며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상선 주식을 토대로 재무적투자자(FI)들과 맺고 있는 모든 파생상품 계약이 소송 대상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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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현대엘리베이터는 보유한 현대상선 주식 2200만 주를 연계해 넥스젠캐피탈, NH농협증권, 대신증권, 케이프포춘 등과 다수의 파생상품 계약을 맺고 있다. 현대상선 주식이 매입가보다 하락할 경우 차액만큼 손실 보전해주는 조건이 걸려있다. 계약 만기일까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대가로 연 6.15~7.5%에 달하는 이자까지 주고 있다. 대신 지분 매입 우선권을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하고 있는 일종의 주식스왑(Equity-Swap) 계약이다.
쉰들러는 이런 파생상품 계약에 경영진의 '배임 의혹'이 숨어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에 지나치게 불리한 계약관계인데도 이사회에서 파생상품 계약을 인정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정은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주주의 가치는 고려하지 않은 계약인 것이 확인되면 경영진들을 형사고발까지 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쉰들러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아직까지 확보하지 못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거절로 세부적인 계약관계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30일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회계장부 및 이사회 의사록 열람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1심에서 쉰들러의 '패소'로 재판이 끝났다. 지난 5월 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해 재판을 진행 중이지만 그 결과도 긍정적이지 않다.
업계에서는 새롭게 제기된 이번 소송 역시 현대엘리베이터가 더 우세하다는 판단이 많다. 쉰들러가 동종 엘리베이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은 부차적인 이유다. 이보다는 과거 소송 과정에서 적대적 M&A를 시도하려던 정황이 다수 입증됐다는 점이 불리하게 거론된다. 일명 '라자드제안서'를 통해 쉰들러가 엘리베이터 사업부를 넘길 것을 요구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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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지난 재판 과정에서 쉰들러는 엘리베이터 사업부 매각을 거절당한 직후 협박성 서신까지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2010년 9월 현대엘리베이터에 보낸 "2대주주로서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행동을 취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이다. 알프레드쉰들러 회장이 직접 서명한 문서다. 이후 시작된 소송이 바로 회계장부 및 이사회 의사록 열람 소송이다. 재판부가 "쉰들러의 소송 의도가 불순하다"고 본 결정적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쉰들러가 이번 소송을 제기한 배경은 파생상품 계약을 맺고 있는 재무적투자자(FI)들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결과에 관계없이 "계약을 맺고 있는 당사자들이 만기연장을 꺼리게 만들기 위해서"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이란 지적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을 다방면에서 압박하려는 쉰들러의 의도로 분석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가 맺고 있는 파생상품 계약 만기는 2013년~2014년에 몰려있다. 만기가 돌아오면 계약을 연장하거나 신규 투자자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쉰들러의 소송은 FI들에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다. 재판은 최소 1년 반~2년 정도의 시일이 걸리게 된다. 하지만 당장 어느 쪽이 승소할 것이냐 문제가 아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아무리 소송에서 유리하다고 하더라도 잠재적인 리스크가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회계장부 공개를 거부해왔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쉰들러와 소송까지 간 이면에 단순히 '영업기밀 사안'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보다는 파생상품 내용이 담긴 회계장부를 공개할 경우 계약 당사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이유가 컸다. 더불어 계약 관계의 노출은 새롭게 FI를 구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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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는 만약 파생상품 계약을 맺지 못하게 되면 심각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말한다. 향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엘리베이터 사업부를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 등 대주주→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엠→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띄고 있다. 여기에 파생상품계약으로 들어와 있는 현대상선 지분까지 합쳐야 그나마 안정적인 현대상선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이런 상황에서 파생상품 계약을 맺지 못하게 되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상선 주식을 직접 매입해야 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기본적으로 돈이 없다. 결국 차입을 통해 주식을 사야 한다. 이 경우 재무적으로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덩치가 적은 현대엘리베이터를 매각함으로써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과거 범현대가와 연이은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현대그룹이 소위 '플랜B'로 구상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이를 볼 때 쉰들러의 이번 소송은 현대그룹에 큰 장애물이 됐다. 결과야 어찌됐던 FI들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쉰들러의 의도가 실제로는 '승소' 목적에 있다고 하더라도 별반 차이가 없다. 당장 대규모 파생상품 계약 연장 문제를 갖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소송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때문에 이번 소송은 쉰들러의 현대그룹 '경영권 흔들기' 목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대부분 파생상품 계약 만기가 2013~2014년 몰려있고 FI들의 만기 연장에 압박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있다"며 "회계장부열람 소송 등에서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가장 효과적인 압박수단으로 이번 건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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