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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포조선, 조선불황 그늘..10년 무차입 종료 11일 CP시장서 500억원 조달…선수금 감소, 현금 서서히 바닥

황철 기자공개 2012-12-14 15:26:47

이 기사는 2012년 12월 14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미포조선은 국내 대기업 중 거의 유일하게 완벽한 무차입 경영을 유지해온 조선사다. 2003년부터 10년 가까이 차입금 제로 상태를 유지해 왔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막강한 계열사 수주역량으로 안정적 사업을 벌이며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보인 결과다. 외부조달 없이도 2010년까지 1조 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선업황 장기 부진의 파고는 현대미포조선에게도 넘기 힘든 고난이었다. 선수금 축소로 보유현금이 급감하자 직접금융시장에 결국 SOS을 쳤다. 현대미포조선은 설립 후 처음으로 기업어음 시장에서 수 백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업황 전망과 현금흐름 악화 수준을 감안하면 앞으로 조달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 현금성 자산, 5년만에 2조에서 2000억 원대로

현대미포조선은 11일 기업어음 시장에서 5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만기는 한달로 짧게 잡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첫 CP 발행, 10년만의 차입 집행, 시장성 조달 재개 등 여러 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현대미포조선은 2001년 7월 보증사채 1000억 원 발행을 끝으로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았다. 은행권 대출도 2003년까지만 잔액을 남겼고 이듬해 모두 현금으로 상환했다. 2005년말 26억 정도의 유산스 차입금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외부조달에 전혀 나서지 않았다. 완벽한 무차입 경영을 지속해 온 것. 순차입 마이너스 행진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10년간 계속되고 있다.

현금성자산은 조선업황 활황과 함께 꾸준히 늘어 2007년 2조 원을 돌파할 정도로 차고 넘쳤다. 금융위기 직후 보유 유동성이 줄었지만 2010년까지 1조 원이 넘는 현금을 갖고 있을 만큼 탄탄한 재무구조를 보였다.

현대미포3

극강의 재무 역량은 세계 1위 조선 기업집단인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외교섭력과 사업적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현대미포조선은 풍부한 계열사 수주역량을 바탕으로 시리즈선 중심의 중형선 제작에 집중해 왔다. 그룹 차원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우수한 사업안정성을 유지하며 호황기 대규모 이익을 현금 유보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가뭄 3년에 버틸 장사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 물량이 급감하자 영업으로 들어오는 돈이 줄기 시작했다. 특히 2011년부터 최고 호황기 수주한 선박의 건조를 본격 시작하면서 제작선가가 최고치에 이르렀다.

수주 감소와 선박건조 비용 투입이 겹치자 현금은 급격히 소진됐다. 특히 마진률이 낮은 벌크선 비중이 크게 확대해 수익성과 영업현금흐름은 더 크게 악화했다. 2010년 10%에 불과하던 벌크선 비중은 2012년 상반기 67% 선까지 늘었다.

결국 현대미포조선의 현금성자산은 2007년 2조380억 원을 정점으로 하락해 2010년 1조1597억 원으로 1조 원 가까이 줄었다. 2011년에는 4849억 원으로 급격히 소진했고 2012년 9월말 현재 2115억 원으로 바닥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당연히 순차입금도 현금성자산만큼 줄었다.

◇ 그룹 CP 활용법 이식, 외부조달 늘 듯

더 큰 문제는 향후 조선시황 전망을 볼 때 영업현금창출력 회복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영업으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면 결국 외부조달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현대미포조선 재무역량 저하의 주요한 원인은 업계 공통적 문제인 선수금의 축소다. 신규 수주가 줄고 헤비테일(heavy-tail) 방식의 결제가 늘어난 탓이다.

현대미포조선의 선수금은 2008년말 2조6677억 원에 달했지만 이듬해 1조9203억 원으로 7000억원 이상 줄었다. 2010년 1조7961억 원, 지난해에도 1조2703억 원(초과청구공사비 포함)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올해 9월에는 9124억 원으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1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결국 현대미포조선은 선박제작에 보유 현금을 대거 투입해 보유 유동성의 급격한 하락을 불렀다. 자체 현금창출력만으로는 늘어난 영업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웠기 때문. 이번 기업어음 발행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결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높은 기업어음 의존도 역시 이번 차입 방식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오일뱅크 인수를 기점으로 기업어음을 주된 조달수단 중 하나로 활용해 왔다.

현대중공업은 무려 2조7500억 원의 미상환 CP를 보유하고 있다. 일반기업(공기업·SPC 제외)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잔액 수준이다. 현대미포조선의 모기업인 현대삼호중공업 역시 1조5900억 원 어치를 발행해 현대중공업 다음으로 많은 잔액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재무역량 축소와 그룹의 조달 행보를 감안하면 이후 기업어음 중심의 외부차입을 더욱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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