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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증권사 헤지펀드 승인 결국 무산 금융당국 오락가락 … 실사 통보 후 유예 번복

신민규 기자공개 2012-12-17 13:41:19

이 기사는 2012년 12월 17일 13: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로 연내 증권사 헤지펀드 본인가 승인이 결국 무산됐다.

한국형 헤지펀드를 육성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독려에 따라 근 1년간 자회사까지 설립하면서 준비해온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의 손실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헤지펀드 진입요건을 대폭 완화했지만 정작 접수된 곳은 인가를 미루면서 일관성 없는 규제 정책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인재 영입과 해외 헤지펀드 유치에도 오점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17일 증권운용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대신증권 분사 헤지펀드('DSHF' 가칭)에 예정돼 있던 실사를 지난 14일 돌연 취소하고 일정기간 유예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번주 21일 금융위원회에서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 안건에도 관련 내용은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올해 마지막 남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도 증권사 헤지펀드 본인가 승인에 관련한 안건이 오르지 못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예비인가를 받은 후 한두달 내에 본인가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사례로 뽑힌다.

당초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부터 DSHF에 본인가 승인과 관련해 실사를 나갈 계획이었다. 12월 셋째주와 넷째주 증권선물위원회와 정례회의가 잇따라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시기상으로 올해 마지막 기회였다. 한 주를 꼬박 기다리고 있던 DSHF는 금요일인 14일 오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유예될 것이라는 통보를 들었다. 1년 넘게 준비해온 헤지펀드 인가가 무기한 표류하게 된 것이다.

연내 증권사 헤지펀드 본인가 승인은 지난 9월 5일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이 예비인가 승인을 받을 때만 해도 희망적이었다. 9개월 가량 지연되긴 했지만 속도를 내면 연내 본인가 승인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자회사 설립도 서둘렀다. 헤지펀드 운용 예비인가를 받으면 상법상의 회사를 설립해야만 본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은 예비인가를 받자마자 자본금 250억 원을 납입하고 '믿음주식회사'(대표 이정민)라는 이름의 자회사를 설립해 법인등기까지 받았다. 대신증권 역시 자본금 100억 원을 납입해 DSHF(대표 신용재)라는 사명의 회사설립을 마쳤다. 금융당국이 본인가 신청서류를 접수하면서 11월이나 늦어도 12월에는 인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금융당국은 소액채권 가격담합 이슈에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이 연관되자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우증권 등 6곳을 검찰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조치를 받게되면 6개월내 신규업무 인가와 3년내 다른 금융사에 대한 지분투자가 제한된다.

업계에선 헤지펀드 인가 업무를 1년간 추진해온 데다가 예비인가를 내줘 자회사까지 설립한 상태에서 또한번 발목을 잡는 것은 가혹한 조치로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검찰 고발도 이뤄지지 않은 대우증권에 대한 실사를 뒤로 미루고 대신증권만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증권은 과징금을 냈고 검찰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하지만 실사를 추진했다가 결국 최종 유예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번복했다.

금융당국이 입장을 번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2월 금융위원회는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 거래 소송과 관련돼 있는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의 헤지펀드 인가신청서를 받아들였다. 당시에도 ELW 소송이 진행중이었지만 금융위원회는 최종선고가 언제 나올지 모르고 헤지펀드와 직접적인 관계도 없어 예외적인 인가허용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증권선물위원회 14차 정례회의에서 위원 일부가 증권사 ELW 소송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일정이 또한번 뒤로 밀렸다. 최종선고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운용인가를 내줄 수 있는지에 대해 원칙론이 등장하자 초반 입장이 흔들린 것이다. 이후에도 증권선물위원회에 통과된 안건이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오르지 않는 등 지연을 반복했다.

금융위원회가 이르면 올해 1분기에 내줄 것처럼 하다가 1년을 질질 끌면서 업계에선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인가절차를 찔금찔금 열어줬다 닫는 모습을 반복한 것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증권운용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내부에서 계속해서 말이 바뀌는데다가 질질 끌면서 문제가 커졌다"며 "자본금 손실은 물론 1년 이상 표류로 관련 인력의 커리어가 망가지게 돼 인재를 영입하기도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난달부터 헤지펀드 진입요건을 대폭 완화(증권사 자기자본 5000억 원) 했지만 이런 식으로 일정을 늦추면 나설 곳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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