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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모르는 모바일게임 벤처캐피탈도 ‘투자게임’

이상균 기자공개 2013-01-09 11:03:36

[편집자주]

이 기사는 자본시장 전문 미디어 머니투데이 더벨이 만든 자본시장 전문매거진 thebell insight(제9호) : 2013 Korea Capital Market Outlook 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2013년 01월 09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야흐로 모바일게임 빅뱅시대다. 경기불황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규모가 팽창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구축한 고속도로 인프라에 카카오라는 KTX가 모바일게임 유저들을 실어 나르고 있는 모양새다. 무궁화호와 통일호 열차에 불만이 많았던 유저들이 서둘러 KTX로 환승하고 있다.

유저들의 높은 만족도는 모바일게임의 잭팟으로 이어지고 있다. 애니팡에 이어 드래곤플라이트가 국민게임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대박을 터트렸다. 제2의 국민게임을 노리는 수백 개의 모바일게임은 카카오톡 승선을 노리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게임에 익숙했던 국내 게임시장에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시장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했던 벤처캐피탈들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투자 금액 뿐만 아니라 투자형태, 투자금 회수(엑시트) 형태 등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성장성에 과감한 베팅… PF 투자 줄어든다

우선 건당 투자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50~200명의 인력을 투입해 개발기간을 2~5년 잡아야 한다. 개발비용만 최소 50억 원이다. 최근에는 200억 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블레이드앤소울과 테라의 경우 마케팅 비용을 포함해 400억 원이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단순한 모바일게임은 3~4명이 3개월 동안 2000만~4000만 원만 들이면 된다. 다소 복잡한 3D 게임을 개발한다고 가정해도 1년간 인력을 8~10명만 투입하고, 1억5000만 원이면 충분하다. 최근 카카오톡에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팡과 드래곤플라이트는 게임컨텐츠가 많지 않아 다수의 인력을 투입할 필요도 없었다.

벤처캐피탈 게임전문 심사역은 "400억 원을 MMOPRG 프로젝트에 전부 투자하는 것보다 차라리 3억 원씩 133개 모바일 게임사에 투자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투자 방식이 현실에서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 벤처캐피탈 심사역이 관리할 수 있는 업체 수가 최대 20개 안팎이기 때문이다. 투자기업이 100개 이상으로 늘어나면 사후관리를 위해 심사인력도 늘려야 한다. 결국 소액을 투자하는 모바일게임 분야에는 초기기업 투자조합이 적합하다. 100억~200억 원 규모로 조합을 결성해 건당 10억 원 이하의 투자를 하는 형태다.

투자 형태도 과감해지고 있다. 과거 벤처캐피탈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투자하는 것을 선호했다. 게임사의 지분 인수가 아닌 개발 중인 게임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게임이 서비스에 들어간 뒤 매출액의 약 30%를 획득해 엑시트하는 구조다. 지분 인수에 비해 돈 떼일 염려가 적어 투자리스크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반면 수익성은 떨어진다. 모바일게임사의 성공에 대한 의문점이 컸고 엑시트 모델로 M&A나 상장(IPO)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카카오톡 게임센터를 통해 모바일게임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 IPO와 M&A 등의 엑시트 모델이 가능해진 것이다. 일례로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의 경우 한때 일일 매출액이 2억 원까지 육박했다. 현재는 1억 원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이를 기준으로 해도 월간 매출액은 30억 원, 연간 매출액은 360억 원에 달한다.

선데이토즈에 투자한 코오롱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올해 선데이토즈의 매출액은 300억 원 이상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이 4억 원 안팎에 불과해 영업이익율은 80%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이익이 최소 240억 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IPO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애니팡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다수의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해 게임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선데이토즈에 투자할때 부터 엑시트 모델로 IPO를 설정했다"며 "2000년대 초반 모바일게임사인 게임빌에 투자할 때도 주변에서 IPO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결국 IPO에 성공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게임 업체의 한 대표는 "현재로선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모비클 정도의 회사라면 IPO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게임빌과 컴투스 이후 상장사가 없었던 모바일게임 업계로서는 이런 가능성을 보인 것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을 이룬 셈"이라고 평했다.

◇1인 개발자 성공 더 이상은 힘들어

투자를 고려하는 모바일게임 장르도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카카오톡에서 인기를 끄는 장르는 애니팡의 퍼즐게임과 드래곤플라이트의 슛팅게임이다. 게임크기가 30메가바이트(MB) 안팎에 그친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모바일게임 유저들 역시 온라인게임과 마찬가지로 좀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고난이도의 게임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며 "FPS를 비롯해 액션 RPG, 소셜네트워크게임(SNG) 등으로 장르가 다변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유저층이 점차 확대되면서 다양한 게임을 원하는 요구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란 얘기다. 이미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브리디아스마트가 카카오톡에 서비스를 시작한 FPS게임 다빈치파이어는 게임크기가 300MB를 넘는다.

카카오톡 탑재 여부는 투자 결정에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모바일게임에 투자할 때 카카오톡 탑재가 가능한지 여부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며 "카카오톡이 모바일 플랫폼으로서 확고히 자리 잡은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탑재를 위해 제안을 한 게임만 25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신청을 해도 빨라야 3개월 뒤에나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드래곤플라이트처럼 1인 개발자가 대박을 치는 사례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카카오톡 게임 실무자가 검토해야 할 게임도 많은 상황에서 직접 업체 발굴에 나설 여지가 적다는 지적이다.

카카오와 비슷한 게임채널이 3~4개는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온라인게임 시장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퍼블리싱 창구가 다양했기 때문"이라며 "각 퍼블리셔마다 선호하는 장르가 달라 게임개발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드래곤플라이트의 성공이 벤처캐피탈의 모바일게임 투자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1인 개발자가 개발한 게임도 카카오톡에 탑재하기만 하면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오히려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잭팟만 터지면 한 달에 수십억원의 매출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염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벤처캐피탈 업계의 지적이다. 카카오톡이 바라보는 게임완성도의 기준이 더욱 높아진다는 점에서다. 이렇게 되면 1인 개발자보다는 리스크가 적은 게임개발사를 선호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를 받아 각종 멘토링과 인큐베이팅을 거친 기업이 카카오톡으로부터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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