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1월 21일 17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벤처캐피탈은 '돈 있는 거지' 신세입니다. 소위 잘 나가는 벤처기업을 찾아가 투자 받아 달라고 구걸해야 하는 입장이죠. 그게 싫다고 아무 곳이나 투자하지도 못하겠고 그야말로 죽을 맛입니다"벤처캐피탈 고위 임원의 하소연이다. 투자자와 피투자자의 입장이 반대가 되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에 쏟아낸 넋두리겠지만 그냥 흘려버릴 수만은 없었다. 함께 공생해야 하는 국내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업계에서도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창업초기 벤처기업들은 여전히 투자를 받지 못해 아우성이다.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물건을 만들 자금이 없어 사라지는 기업이 한 둘이 아니다. 벤처캐피탈의 투자와 심사 관행상 사업 초기에 투자를 이끌어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 협회에 따르면 설립 1년 이하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체 신규투자금의 11%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마저도 최근 초기 창업투자 지원을 전문으로 하는 벤처조합이 생기면서 늘어난 수치다.
투자를 받지 못해 무너졌다가 어렵게 재기에 성공해 후배 창업가들을 지원하는 사업가의 미담이 심심찮게 들리는 것도 이런 방증일 터다.
그러나 투자를 받지 못하는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안정적으로 실적을 달성해 기업공개(IPO)를 눈앞에 뒀거나 정부의 정책에 부합하는 기업은 밀려드는 투자금을 거절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벤처캐피탈들은 단독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2~3곳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더 많다. 상장기업 투자나 상장을 앞둔 기업의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진다. 더욱이 작년에는 벤처기업투자보다 상장기업 투자가 더 많았다.
투자위험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으니 투자자들이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어 투자의 쏠림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벤처캐피탈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벤처기업 투자는 상장기업보다 어려운 점이 많다. 매출이나 영업이익만을 보면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없고 무턱대고 기술력과 성장성만 보고 투자하면 리스크가 커진다.
최근 벤처캐피탈들이 LP로부터 출자 약정을 받아놓고도 캐피탈 콜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투자 수익률도 고려해야 한다. LP의 자금을 받아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로 수익을 내다보니 실적 달성의 압박도 크다. 자칫 투자에 실패라도 하면 추가 펀딩에 어려움을 겪어 벤처캐피탈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들은 지난 2000년대 초반 벤처기업 거품이 사라지고 난 이후 내실과 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썼다. 각 사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투자심사와 리스크관리의 시스템도 어느 정도 마련했다.
그러나 그것이 독이 돼서는 안 된다. 벤처캐피탈이 우량한 벤처기업에만 투자한다면 금융회사와 다를 게 없다. 지금이라도 더 많은 벤처기업에 자금이 수혈될 수 있도록 벤처캐피탈의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탈에게 '벤처 투자'는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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