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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펀드, '대기업 투자금지'조항 완화된다 중기청, 제작 지분의 30%까지는 대기업 참여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

권일운 기자공개 2013-02-27 15:58:42

이 기사는 2013년 02월 27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화콘텐츠 펀드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프로젝트 투자 금지' 규정이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CJ와 롯데, 오리온이 주도하고 있는 영화 산업의 특성상 이들과의 협업 없이는 정상적인 투자 활동이 어렵다는 벤처캐피탈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현행법상 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문화콘텐츠 펀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제작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모태펀드의 경우에는 자조합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을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시키지 못하도록 정해 놓았다.

◇ "제도가 현실 따라가지 못해"...광해 '시범 케이스'

이같은 규제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벤처캐피탈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대작 영화의 경우 배급망을 갖춘 대기업의 주도 없이는 제작비를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분투자에 비해 기대 수익률이 낮은 콘텐츠 프로젝트 투자 펀드에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이 아니고서야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하는 경우도 드물다.

벤처캐피탈의 관리감독기관인 중소기업청은 이런 업계의 현실을 감안, 대기업과의 밀월을 사실상 눈감아주다시피 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기업인 CJ E&M이 제작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에 벤처캐피탈이 투자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탓에 해당 작품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을 징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중소기업청은 결국 CJ창업투자와 동문파트너즈,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제미니투자, 이수창업투자, 소빅창업투자, BMC인베스트먼트, 대성창업투자 등 8곳의 벤처캐피탈에 '주의촉구' 조치를 내렸다. 가장 수위가 낮은 징계로 모태펀드 출자제한 등의 페널티는 없다.

광해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광해가 1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흥행을 한 까닭에 '시범케이스'가 된 것 같다"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제작하는 프로젝트에 무조건 투자를 금지한다는 조항은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 중기청 "콘텐츠 분야, 대기업과 협업 가능하도록 특례 만들 것"

이어지는 민원에 중소기업청은 실태 파악에 나섰다. 중소기업청은 조사 결과 대기업이 직간접적으로 제작하는 영화 콘텐츠가 절대 다수라는 점을 감안, 대기업이 참여한 프로젝트에도 벤처캐피탈이 투자할 수 있다는 내용의 특례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이 보유한 문화콘텐츠 펀드를 전수조사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제작지분의 30%까지는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동안 콘텐츠 분야에만 예외적으로 적용 가능한 조항이 없었던 까닭에 새로운 고시를 발표하는 형태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콘텐츠 투자 업계는 중소기업청의 '결단'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설립 자본금이나 운영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아 대기업의 투자를 유치한 영세 제작사들이 벤처캐피탈로부터 제작비를 조달할 때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콘텐츠 전문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은 대기업과 중소제작사, 벤처캐피탈로 이어지는 협업에서 출발한다"며 "대기업의 고압적인 행태는 사라져야 할 부분이지만 문화콘텐츠 생태계에서 대기업이 수행해야 하는 투자자의 역할 자체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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