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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기관 産銀 모델은 기업은행? IPO 후 정책금융기관 역할가능…"산업은행 역할 논의 우선돼야"

안경주 기자공개 2013-04-23 11:24:15

[편집자주]

새정부 출범이후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재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책금융기관 간 기능 및 업무 중복으로 정작 필요한 시기에 지원을 못하거나, 필요한 기업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정책금융기관 재편은 그 동안 부처 간 이기주의나 정책금융기관 간의 조직 논리 등으로 인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벨은 산업은행 등 핵심 정책금융기관의 업무와 역할 점검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3년 04월 23일 11: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가장 바빠진 은행을 꼽으라면 단연 산업은행이다.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이 공식 취임 이후 산업은행의 정책금융기관으로 회귀를 예고하면서 전략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향후 산업은행 전략에 대해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민영화 계획이 전면 백지화된 만큼 KDB대우증권, KDB캐피탈, KDB생명 등 계열사 매각을 통해 정책금융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는 방안이다. 반면 현재의 산업은행 조직체제를 유지하면서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정책금융기관 역할의 기반을 다지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산은지주 지배구조

◇ 대우증권 등 계열사 매각 가능성

산업은행의 정책금융기관으로 회귀는 예전처럼 상시적 금융위기에 대비하는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정책금융공사와 분리되고 민영화 작업이 본격화되기 이전의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등 '산업과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역시 '창조경제 프로젝트 금융지원'이라는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전제로 추진했던 사업을 재조정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전제로 보유하고 있던 KDB대우증권과 KDB생명 등 계열사에 대한 매각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가 KDB대우증권과 KDB생명 매각에 대해 부인했지만 민간 금융기관과 경쟁하면서 시장마찰을 일으키기 보다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해 주는 것이 정책금융기관 역할로서 적합하기 때문이다.

한 민간금융연구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산업은행 민영화 방침을 철회한 만큼 로드맵 재설정이 필요하다"며 "정책금융과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와 마찰만을 일으키는 계열사를 굳이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비은행 계열사 매각 시 창조경제 프로젝트 지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다. 금융권에선 산업은행이 KDB대우증권 등 계열사 매각을 통해 4조 원 가량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비은행 계열사인 주식·채권 등을 운용하는 KDB자산운용, 사회간접자본(SOC) 및 인프라에 투자하는 KDB인프라 등도 매각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과거 산은의 역할을 회복하고 거대 기금 조성 등을 통해 일련의 창조경제 프로젝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계열사로 KDB대우증권, KDB캐피탈, KDB생명 등이 국영 금융회사의 지위를 갖게될 경우 시장 교란의 우려도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 민영화가 중단되면서 KDB대우증권과 KDB캐피탈은 국영 증권사와 국영 캐피탈사가 되는 것"이라며 "국영 금융사라는 이점을 가지고 시장에서 경쟁했을 때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고 시장만 교란시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DB생명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계열이라는 점을 강조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방식의 영업을 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역할 변천사
◇ IPO 추진…기업은행형 모델도 가능

KDB대우증권, KDB캐피탈 등 계열사를 매각하는 방안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다른 대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우선 현재의 산업은행 조직체제를 유지하면서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민영화를 전제로 정책금융공사와 분리됐지만 사실상 정책금융기관으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조사연구 업무 일부와 자산 일부를 정책금융공사에 넘겨줬지만 사실상 정책금융 역할을 그대로 소화해 왔다"며 무리한 회사인수 등으로 도산위기에 처한 금호그룹 정상화 등 기업 구조조정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책금융기관 재편의 맏형 역할을 자임한 산업은행은 창조경제의 핵심인 기술인 중소·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성장단계별 'IP(특허 등 지식재산권) 3종세트'를 마련, 운영에 나서고 있다. 초기 창업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까지 성장단계별로 'IP 구입자금 대출'-'IP담보대출'-'IP펀드'를 지원한다는 전략으로 IP담보대출은 오는 5월 중순부터 판매가 이뤄지며, IP펀드 규모도 1000억 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결국 현재 산업은행의 조직체제에서도 공적 영역인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 금융회사와의 경쟁으로 시장마찰이 우려되어 온 회사채 인수 등 투자은행(IB) 시장에서도 상생이 가능하다는 게 산업은행 측 설명이다.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의 경우 시장 소화 자체가 어려운 'BBB'급 회사채 인수에 대해 민간 금융기관은 외면하지만 산업은행은 적절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민간 금융회사와 상생하면서 정채금융기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창조경제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지원 등을 고려할 때 '기업은행' 모델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산업은행 민영화는 어렵지만 IPO 가능성은 있다"고 밝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IBK캐피탈, IBK연금보험 등도 계열사로 유지하면서 민간 금융회사와 경쟁을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으로 회귀할 때 가장 부담이 되는 IB부문과 소매금융부문 조직도 기업은행은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산업은행에게는 현재의 조직체계를 유지하면서 정책금융기관 역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모델인 셈이다.

한편 금융권 안팎에선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 역할 강화를 위해 어떤 모델을 택하든 우선적으로 산업은행의 역할부터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민간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아직 산업은행의 역할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열사 매각, IPO 추진 등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산업은행을 본연의 정책금융기관으로 환원하기에 앞서 역할부터 명확하게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새 정부의 금융정책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담당했었다는 점과 최근 취임식에서 '정책금융기관의 맏형' 역할을 언급한 점에서 산업은행의 역할 재정립이 정책금융기관 재편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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