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7월 10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생명이 보수적인 자금운용 방식으로 돌아섰다. 주식 투자 비중을 크게 줄이는 대신 채권 투자 비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내년부터는 주식형 투자일임 위탁자산을 전액 삭감할 예정이다. 박스권을 형성하는 현재의 주식시장에서는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은 이같은 운용 방안을 확정하고 최근 집합투자업자에게 자금을 집행했다. 집합투자업자는 주식형, 주식혼합형, 채권혼합형, 채권형, 절대수익추구형 등 총 5개 분야로 지난 2월에 운용사 풀(pool)을 선정했다.
주목할 점은 자금을 받은 27개 위탁운용사 중 채권혼합형에 21개, 채권형에 3개 운용사를 배정했다는 것이다. 반면 주식혼합형은 2개, 절대수익추구형은 1개에 그쳤다. 주식형 운용사는 단 한곳도 선정하지 않았다. 여기에 채권혼합형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을 경우 주식 비중을 축소해 채권형으로 전환된다.
NH농협생명 투자운용부 관계자는 "연간 약 4조원을 위탁운용사를 통해 운용하고 있는데 이중 70%가 넘는 약 3조원이 채권에 들어가 있다"며 "올해 들어 주식투자 비중을 크게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50포인트 안팎에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박스권 장세가 지속되고 있어 주식운용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다만 가치주와 배당주 투자는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NH농협생명은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어 주식형 투자일임업자(투자자문사)에게 위탁하는 자금도 삭감했다. 지난해 2500억 원에서 올해는 1000억 원으로 줄였다. 투자일임업자도 지난해 8곳에서 올해는 6곳으로 줄어들었다. 내년에는 투자일임업자에게 맡기는 자금을 전액 삭감할 예정이다.
NH농협생명 투자운용부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이 자금을 맡기기에는 투자자문사가 너무 영세한 것이 현실"이라며 "각 투자자문사에게 맡기는 자금도 100억 원에 불과해 큰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NH농협생명의 이 같은 방침은 회계기준이 IFRS로 변경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에는 매매보고서를 투자자문사가 작성했는데 이제는 NH농협생명이 직접 담당하게 됐다. 금융회사의 고유계정 운용에 대한 보고서 작성 의무를 위탁운용사가 아닌 금융회사 몫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NH농협생명 투자운용부 관계자는 "증권시장이 마감한 뒤 매매현황을 일일이 수기로 입력해야 한다"며 "매일 새벽 3시까지 야근을 해야 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하고 그런 업무에 전담인력을 둔다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NH농협생명 뿐만 아니라 대부분 보험사들도 이와 동일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생명 투자운용부 관계자는 "여타 보험사들에게 문의를 해본 결과, 대부분 투자일임 위탁자금을 크게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NH농협생명은 올해 자체 인력을 통한 단기매매운용도 중단한 상태다. 이 관계자는 "운용규모가 몇 백억 원에 불과해 큰 의미는 없지만 그동안 투자매니저를 양성하는 차원에서 단기매매운용을 해왔다"며 "하지만 현재의 주식시장에서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해 단기매매운용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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