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8월 21일 0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몇 달 전 저녁 자리에서 만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소한의 자존심은 세워줬으면 좋겠다"는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건설사들의 살림살이에 어려움을 겪자 외부에서 무시부터 하고 보는 시선이 달갑지 않다는 항변이었다. 그는 "그래도 한때는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는데"라며 말을 이어갔다.현재 실적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이런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다. 건설경기가 호황일 때는 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통하다가 최근 들어 그룹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으니 말이다.
시공능력평가 20위의 중견건설사 코오롱글로벌 역시 이 같은 행로를 걸어왔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코오롱건설(코오롱글로벌의 전신)은 그룹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계열사였다. 코오롱건설은 2005년부터 2년 동안 10%를 넘나드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선 시기도 바로 이때였다.
하지만 수익성 낮은 주택사업장이 부메랑이 되면서 코오롱건설은 2010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그룹에서는 부실이 계속 악화되자 코오롱아이넷(무역), 코오롱비엔에스(유통)를 코오롱건설에 흡수합병 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합병 효과는 지난해 실적에서 바로 나타났다. 1조 원대의 매출은 4조 원대로 불어났고 영업손실 규모도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증권가를 중심으로 '턴어라운드'란 단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코오롱글로벌은 25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수입차 판매를 비롯한 유통부문 호조와 건설부문 원가 안정이 흑자전환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코오롱글로벌의 턴어라운드를 말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수입차 판매부문의 뛰어난 성과로 건설부문의 부진을 덮고 있을 뿐 건설사업부는 여전히 적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오롱글로벌 건설사업부의 영업손실은 716억 원에 달했다. 올 상반기에도 건설사업부는 1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남겼다. 상반기 전체 실적 흑자전환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초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건설부문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 잘 나갔던 건설사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건설부문 정상화'를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유통부문 흑자만으로는 싸늘한 외부의 시선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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