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8월 22일 08: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5년 미래에셋증권에 최연소 여성지점장이 탄생했다. 만 32세. 당시 미래에셋증권 65번째 지점 수원 영통점의 총책을 맡은 황선영(사진·41세)지점장의 타이틀은 10년 가까이 깨지지 않고 있다. 1993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2000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이직한지 5년만에 지점장에 오를 때 동기들은 대리급이었다. 영통점에서 2010년 미금역점으로 자리를 옮겨 3년째 미금역지점장을 맡고 있다.최초나 최연소 타이틀을 보유한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부심과 자신감 대신 황 지점장은 시종 겸손함을 내세웠다. 오히려 "최연소 지점장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이를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증권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력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경쟁력은 의외로 '인문학'에 있었다. "PB들이 주말이면 금요일 장을 떠올리고 월요일엔 어떻게 해야하나 잠을 못이룬다"며 "자신의 중심이 없이 투자자에게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는 건 무리"라고 답했다. 즉 자기중심을 잡아주는 데 있어 '인문학의 힘'을 빌린다고 했다.
|
실제로 지점장실 서가에는 경영서적보다 인문학 책이 많았다.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 김선희 박사의 '철학이 나를 위로한다', '맹자강독'까지. 인문학 책을 통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수익률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까. 황 지점장은 수익률에 대한 설명도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
"형벌을 받은 시지푸스는 커다란 바위를 밀어 올려 정상에 올려놓지만 바위는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고역을 영원히 되풀이 한다"며 "직장을 다니면서 수익률과 관리자산 증가를 위해 일정 목표를 세우지만 결국 그 목표를 달성해도 다시 목표를 세워야 하는 과정이지 않냐"고 되물었다. 황 지점장은 "성적이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있지만 결국 어떻게 마음을 먹고 분기목표를 세우고 다시 달성할지를 고민하는 데 고전이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지 단일 상품을 판매하고 끝난다면 PB가 아니다"며 "고객과 가족, 삶, 철학까지 공유하며 인생을 이야기 해야 하는 게 PB의 본업"이라고 자신했다. "고객과 취미생활을 말하는 것도 인문학적 소양이 없으면 바닥을 들어내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수익률에 일희일비 해서는 투자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PB 자신에게도 신뢰를 쌓지 못한다"고 했다.
황 지점장과 미금역지점은 2분기(4월~6월)미래에셋증권 프리미어리그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 프리미어리그는 미래에셋증권이 PB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분기마다 미래에셋 전 지점과 PB들이 참가해 고객들의 자산을 늘리기 위한 경쟁시스템이다. 2위와 수익률 격차는 4%가까이 차이가 났다. 인문학의 힘이 수익률로 직결된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미금역지점의 직원은 모두 11명. 이들에게 그는 '공부'를 가장 권하고 있다. 당장 자기부터 오는 28일 상속증여와 관련된 본사 세미나에 참석한다. 본사 교육과 강의를 권장하는 황 지점장은 "본사교육을 받는다고 하면 반차나 다름없다고 생각하지만 공부없이 고객에게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과 세미나는 일종의 휴식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당부다.
직원들의 교육 일정까지 챙기는 그에게서 '엄마 냄새'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임신 6개월째 미래에셋 최종 면접을 봤다"며 "곧 출산휴가를 내야 하는데 합격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출산휴가로 인한 공백보다 미래에셋은 인재를 우선으로 삼았다. 합격 후 4개월 후인 11월에 건강한 딸아이가 태어났고 어느새 그 아이가 중학생이 됐다.
15년 아이의 나이와 미래에셋 근속 연수가 같은 황 지점장의 리더십은 엄마 리더십이다. 수원 영통점에서 최연소 지점장이 될 수 있었던 까닭도 엄마였기 때문에 가능했는 평가다. 즉 엄마의 꼼꼼함과 섬세함이 초고액자산가보다는 소액투자자가 많은 수원 영통지역에서 혼자서 당시 고객 700명에, 관리자산 300억 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게 했던 비결이었다.
이는 지금 위치한 미금역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미래에셋 미금역이 입주한 건물에만 국내 증권사 7곳이 들어와 있었다. 고객 특성도 영통과 크게 다를게 없는 형편에 2개 증권사는 점포를 철수했고, 현재 지점장으로서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것은 황 지점장이 유일하다. 관리자산도 지역 1위라는 게 미래에셋의 설명이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