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9월 26일 08: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마 전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가 흥미로운 소식을 전했다. 바로 정부자금 없이 펀드 결성에 성공했다는 것. 성공한 벤처기업가들 20명 가량이 유한책임출자자(LP)로 참여한 이 펀드의 공식명칭은 스타트업과 함께 뛴다는 의미인 '페이스메이커펀드'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관계자는 미처 참여하지 못했던 벤처창업가들이 아쉬워해 추가 증액(멀티클로징)도 추진한다고 했다.페이스메이커펀드가 반가운 이유는 다양한 벤처창업가들이 참여하고 십시일반(十匙一飯 )으로 펀드를 결성했다는 점이다. 네오위즈로 유명한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 권도균 이니시스 대표, 이택경 다음 창업자, 김정주 넥슨 대표 등이 함께했다.
이뿐만 아니라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던 씽크리얼즈의 공동 창업자들도 출자에 함께했다. 불과 1~2년까지만 해도 스타트업 팟캐스트 방송인 '쫄지말고 투자하라'에 참여했던 이들이 인수합병(M&A)에 성공하고, 다른 스타트업을 돕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한 벤처캐피탈리스트는 "국내 벤처생태계가 선진화 단계로 진입했다"고 극찬했다. 벤처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는 민간 재원으로 자금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벤처캐피탈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군인으로 활약했던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주도로 시작됐다. 이후 1971년 나스닥 시장이 신설돼 회수사례가 나오기 시작했고, 해당 자금들이 다시 벤처생태계에 유입되면서 본격적인 민간 주도의 길을 걸었다.
우리나라는 1986년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 주도로 벤처생태계를 육성해왔다. 정부정책자금은 대규모 공급이 가능하지만 본질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재원이다. 정책변화에 따라 자금공급 규모나 방법들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벤처생태계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민간재원의 활성화가 필수다. 민간재원은 정책변화에 따른 영향이 없어 보다 역동적인 투자활동이 가능해진다. 또 순수하게 수익성만을 추구해 많은 펀드들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도 강점이다. 미국의 지방정부들은 이러한 수익성 극대화에 끌려 재무적투자자로서 벤처펀드에 출자하고 있다.
벤처생태계의 선순환은 스타트업이 성장과 엑시트를 거쳐 해당 자금이 다시 벤처생태계로 환원되는 것이다. 벤처생태계가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마련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한 민간 주도 펀드결성이 첫 걸음을 뗀 만큼 제2, 제3의 펀드들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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