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0월 10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가스공사(이하 가스공사) 유상증자 주관사단이 한국전력과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신주인수권(워런트) 전량을 장외 매각한 것은 국내 최초의 워런트 블록딜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번 거래로 인해 공모 청약에서 최종 실권이 날 확률이 낮아졌다는 평이다.

우리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현대증권 등 주관사단은 지난 8일 한전과 지자체 몫의 워런트 430만 주를 블록세일 방식으로 모두 처분했다. 정책금융공사의 SK하이닉스 지분 블록딜과 일정이 겹쳐 난항이 예고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 10곳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워런트는 1차 발행가(4만 7250원)와 전날 종가(5만 4200원)의 차액에 원주 기준 5%가량의 할인율을 적용한 장당 6510원에 팔렸다. 워런트 자체는 17% 정도 디스카운트 됐다. 총 매각 규모는 약 280억 원, 원주로는 2000억 원 어치다.

주관사단은 전날 가능성 있는 투자자들에게 선별적으로 매각 공고를 내고 장 마감 후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청약 주문을 받았다. 이후 8~10시 물량을 배정하고 다음 날 오전 11시 대금 납입을 완료했다.

이번 딜은 블록세일 형태를 빌린 계좌대체거래(장외)라는 점에서 일반 블록딜과 다르다. 기존 블록딜은 거래소가 구축한 △대량매매 △시간외 매매 시스템 안에서 시장 충격 없이 성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주인수권증서 상장 시장에선 대량매매와 시간외 매매가 불가능하다. 그간 워런트가 장내에서만 거래돼 온 이유다.

이처럼 인프라가 깔려 있지 않다 보니 주관사단은 마치 기업공개(IPO) 거래에서 수요예측하듯 투자자들이 서면으로 작성한 신청서를 일일이 팩스나 이메일로 받아 수기로 북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

실무적인 어려움 외에 제도적인 문제도 있었다. 국내 금융투자업 감독 규정에 외국인 투자자의 장외 거래 내역을 신고하는 조항이 있었던 것. 기존엔 외국인이 국내에서 장외 투자할 일이 거의 없어 좀처럼 적용된 바 없는 규제다. 이 때문에 뒤늦게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기도 했다.

주관사단은 이번 딜 수행 경험이 향후 다른 증자 거래에서도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관사 관계자는 "앞으로 가스공사 거래만큼 큰 규모의 증자가 나오긴 쉽지 않겠지만, 물량이 많고 실권이 예상될 때 하나의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호재는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구주주 및 일반공모 청약에서 실권주가 나올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워런트 인수자들이 한전과 지자체 대신 구주주 청약에 일제히 참여할 예정이기 때문.

지난달 우리사주조합 청약분(약 20%)과 정부 배정분(약 30%)을 합쳐 50%가량이 확보됐다고 가정하면 한전과 지자체 물량까지 총 70~80%가 해결된 셈이다. 여기서 발생한 실권주 및 단수주는 일반공모를 통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주관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주관사 관계자는 "주가가 지금보다 크게 빠지지만 않으면 일반 청약까지 무난히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가스공사 주가는 5만 5000원대로 그간의 하향세에서 상승 전환해 이틀째 오르고 있다.

가스공사는 현재 1차 발행가만 책정한 상태다. 2차 발행가는 오는 16일을 기산일로 일주일-기산일 가중산술평균주가의 평균치와 기산일 가중산술평균주가 중 낮은 가격에 할인율 17%와 증자 비율 19.45%를 적용해 산정한다. 그 다음 1, 2차 발행가 중 낮은 가액을 최종 발행가로 결정하게 된다.

가스공사 유상증자는 약 7000억 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납입 예정일은 오는 29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