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의무 피해다닌 '일본롯데홀딩스' 베일벗나 롯데 실질적 최대주주 불구 정보 전무..금감원 호텔롯데에 정정공시 요구
문병선 기자공개 2013-11-01 06:28:58
이 기사는 2013년 10월 31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본롯데홀딩스의 현황이 금융감독원의 '최대주주현황 정정공시 요구'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일본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이고, 호텔롯데는 한국내 '롯데그룹'의 실질적 최대주주이면서도 그동안 국내에 간략 재무 현황조차 공시되지 않았다.31일 금융감독당국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호텔롯데가 제출한 2000억원 규모 무보증사채 발행 증권신고서 내용 중 '최대주주 현황'이 부실하다며 이전보다 더 자세히 최대주주 현황을 기재해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라는, 비공식적 정정공시를 요구했다.
금감원이 호텔롯데에 '최대주주 현황'을 더 자세히 정정공시하라고 요구한 건 호텔롯데 창사이래 처음이다. 호텔롯데도 베일에 가려진 최대주주인 '일본롯데홀딩스'의 현황을 처음으로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호텔롯데는 사업보고서나 분기보고서, 그리고 증권신고서 등의 '주주에 관한 사항'란에 늘 대주주들의 지분현황 만을 공시해 왔다. 일본㈜롯데홀딩스(19.2%), 일본주식회사L제4투자회사(15.8%), 일본주식회사L제9투자회사(10.5%), 일본주식회사L제7투자회사(9.5%), 일본주식회사L제1투자회사(8.7%)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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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대주주들은 회사명 자체도 어렵거니와 도대체 무슨 업무를 하는 회사인지 알기가 어려웠다. 특히 일본 기업들의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 '에디넷(EDINET)'이나 일본 신용평가사 사이트에서도 검색이 안되는 기업들이다. 에디넷의 경우 '롯데(Lotte)'라고 검색하면 한국의 롯데쇼핑 보고서가 검색되기도 한다. 롯데쇼핑은 일본에서 영업을 하지도 않고 상장도 안돼 있지만 일본 사이트에서 마치 '일본롯데'마냥 감사보고서 등이 제공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국내 대기업들은 금감원 공시시스템을 통해 모두 최대주주 현황 등 간략 사항이긴 하지만 회사 현황을 공시해 왔다. 삼성물산의 경우 최대주주(7.18%)인 삼성SDI가 어떤 업종의 기업인지, 연결 기준 가장 최근의 재무는 어떤지, 등기임원은 누구인지 등을 소개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대주주 현황을 정정하라고 요구했고 호텔롯데의 증권신고서가 효력을 발휘하는 11월2일 이전인 11월1일 금요일까지는 증권신고서가 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최근 과거와 다른 재무적 변화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과거 일본롯데홀딩스 등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저리로 차입해 사용했지만 무슨일 때문인지 일본으로부터 조달을 줄이고 한국내 조달을 늘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잠실에 123층 마천루를 짓고 있는 롯데물산은 기존 일본차입 관행을 깨고 지난해부터 대거 한국 조달을 늘리는 중이다.
환율 등 거시환경 변화에 따른 자금조달 전략의 변화일 수 있지만 일각에서는 대주주 자금상황에 변화가 왔을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한국 롯데그룹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하지만 일본롯데홀딩스 등 한국의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일본롯데에 대한 정보는 국내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금감원이 이번에 호텔롯데측에 '최대주주 현황'을 이전보다 더 자세히 공시하라고 요구한 건 기업의 투명한 공시를 강화하는 최근의 금감원 기류와 함께 이런 외부 요구가 받아들여진 결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롯데그룹은 지난 6년간 수많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면서 자산을 100조원 이상으로 키워놨지만 이 그룹을 지배하는 실질적 지배자인 일본롯데를 누가 지배하는 지 공개되지 않았다. 구전을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롯데를 지배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동주 부회장이 실제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지 여부조차, 그리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지 여부 등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롯데그룹이 이번에 과연 얼마나 성실하게 최대주주 현황을 공개할 지는 의문이다. 롯데그룹은 국경을 넘어 존재하는 대주주라는 이유 만으로 국내에서 여러차례 최대주주 공개를 피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 감시 능력을 키우려면 지금보다 더 공시 요구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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