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 '줄청산'…배경은 성과부진→자금환매 악순환 반복…장기적 관점에선 '시장효율성↑'
송광섭 기자공개 2013-11-21 08:59:32
이 기사는 2013년 11월 19일 10: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범 2년째를 맞이한 한국형 헤지펀드가 줄줄이 청산하고 있다. 수익률 부진으로 자금이 유출되는 데다, 이 때문에 펀드 운용까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 탓이다. 인력 및 리서치 등에 대한 사내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 수익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활발한 입퇴출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헤지펀드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오히려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는 분석이다.19일 머니투데이 더벨(thebell)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청산된 한국형 헤지펀드는 총 6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펀드는 모두 최초 설정액이 300억 원 미만이고 이 가운데 다수는 청산 당시 설정액이 100억 원 미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 수익률 부진으로 환매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청산 절차를 밟은 셈이다.
기간별로 보면 지난 1월 'KB K-Alpha전문사모투자신탁'을 시작으로 4월 '한국투자펀더멘털롱숏1호', 6월 '동양MY ACE일반형1호', 8월 '마이다스M1구조화1호', 9월 '동양MY ACE안정형1호', 10월 'KDB PIONEER롱숏뉴트럴1호' 등이 청산됐다. 지난 8월 이후 매달 한 개씩 청산되고 있다.
전략별로는 펀더멘털 롱숏이 4개로 가장 많았고 글로벌 매크로와 구조화 전략 등도 각각 1개였다. PBS별로는 현대증권과 삼성증권이 각각 2개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등도 1개씩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우리자산운용 1호 헤지펀드인 '우리 헤리티지 롱숏 전문사모투자신탁제1호'은 최근 연내 청산 계획을 밝혔다. 또 '한화 아시아퍼시픽 롱숏전문사모투자신탁1호'도 성과 부진 탓에 프라임브로커인 우리투자증권이 지난달 말 시드머니 50억 원을 환매했다. 연말 결산을 앞두고 있어 향후 청산 펀드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는 청산 펀드의 증가 요인으로 성과 부진을 꼽고 있다. 수익률이 저조한 탓에 추가 자금 모집이 어려워 초기 시드머니만 운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마저도 증권사 프라임브로커와 계열사 자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관투자가의 경우 단독 출자를 꺼려하고 있어 어느 한 쪽에서 환매 요청을 할 경우 청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인력이나 리서치 등에 대한 사내 지원이 부족한 점을 수익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올해 청산됐거나 청산을 앞둔 펀드의 경우 운용인력이 대부분 2~3명에 불과해 종목 전반에 대한 리서치 역량이 부족하고, 팀장급이나 새롭게 영입된 임원급이 헤지펀드 사업을 총괄한 탓에 사내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수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회사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며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브레인자산운용이나 삼성자산운용, 신흥강자로 떠오른 트러스톤자산운용이나 대신자산운용의 경우 회사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에서 외면받는 헤지펀드가 청산하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수익률 부진으로 설정액이 줄면서 유명무실했던 펀드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면서 시장 효율성 역시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 규모는 1조 7000억 원대까지 성장했고 펀드 수도 26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며 "성과가 부진한 펀드들이 퇴출되고 신규펀드가 등장하는 등 선순환 구조가 이어질 때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한층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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