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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현대제철, '라이징스타' 꿈꾼다 [2014 승부수]3고로 완공·냉연부문 인수로 초대형 제철소 탄생..그룹 시너지 창출 박차

박창현 기자공개 2014-01-06 10:55:57

[편집자주]

의지(意志)는 역경(逆境)을 이긴다. 기업 환경은 나빠지고 실적이 악화되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5년간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외 환경에서도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장을 잡은 기업은 몰라보게 체질이 달라졌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기업에게 2014년은 도약의 한 해가 될 수 있다. 갑오년, 역동적인 말의 해를 맞아 주요 산업과 기업의 새해 승부수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3년 12월 31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쇠(鐵)가 필요했다. 자동차를 만들려면, 배를 만들려면. 쇠는 국가의 것이었다. 쇠를 만드는 제철소는 국영기업 단 한 곳 뿐이었다. 정부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다. 제철소를 갖고 싶었다. 오랜 꿈이었다. 제철소를 만든다고 하니 다들 정신 나간 생각이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조선소 때도 그랬었다고 자신을 위로하셨다. 아버지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하지만 유지가 담긴 유산을 남기셨다.

인천제철. 그 유산에 하나 둘 살을 붙여 나갔다. 삼미특수강과 강원산업을 인수했다. 2004년 기회가 왔다. 용광로 건설 자격과 공장 부지를 갖춘 한보철강이 매물로 나왔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큰 돈을 들였다.

이제껏 쓰고 버린 고철을 녹여서 철 제품을 만들어 왔다. 이제 철광석에서 직접 철을 뽑아 쓸 수 있는 진짜 체철소를 만들 수 있었다. 꿈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2006년, 회사 이름을 현대제철로 바꿨다. 당진 일관제철소 1고로 기공식도 가졌다. 7년 후, 고로는 3개로 늘었다. 철광석을 사서, 용광로에서 철 제품을 만들고, 이 상품을 다시 자동차 생산 공장에 보내는 공정이 완벽히 자리를 잡았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머리 속에 있던 일관 제철소의 꿈이 대를 이어 당진에 펼쳐졌다. 이제 현대제철은 이제 2막을 준비 중이다. 내년부터 3고로 체제가 본격 가동된다. 여기에 냉연사업부 합병으로 수직계열화 체제가 더욱 강화됐다. 정몽구 회장이 그리는 꿈은 또 어떨까. 통합 현대제철의 행보에 철강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3고로 완성 · 냉연부문 인수..초대형 제철소의 탄생

올해는 현대제철이 초대형 제철소로 탈바꿈한 해다. 숙원사업이었던 3고로가 완공됐고, 현대하이스코의 냉연 사업부문을 분할 인수해 덩치를 크게 키웠다.

지난 9월 현대제철은 3고로 화입식을 가졌다. 3고로 체제를 목표로 2006년 10월 기공식을 가진 지 7년 여 만에 목표를 이뤘다. 연산 조강생산능력이 1200만 톤으로 늘었다. 전기로 생산능력까지 합치면 연간 총 생산능력은 2400만 톤에 이르게 된다. 생산능력 기준으로 글로벌 11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대제철 3고로 화입식-1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에서 지난 9월 13일 열린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3고로 화입식' 행사에 참석한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왼쪽)이 제3고로의 첫 가동을 위해 불을 지피는 ‘화입(火入)'을 하고 있다
<출처 : 현대제철>

생산체제가 모두 갖춰지자 철강 수직계열화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후속조치가 이어졌다. 불과 한 달 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 부문을 분할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설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이렇게 빨리 진행될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해 철강업계 최고 이슈는 단연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냉연 사업부문 분할 인수건"이라며 "초대형 제철소의 탄생으로 업계 판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통합 현대제철 자산은 27조 원을 훌쩍 넘으며 매출은 17조 원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통합 현대제철 '합병 시너지' 본격화..수익성 개선 기대

초대형 제철소로 탈바꿈한 현대제철은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안정적인 수익구조 창출이 가능해졌고 무엇보다 냉연부문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포트폴리오 변화
<출처 :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현재 열연 제품 매출 의존도가 50% 이상이지만 합병 후에는 전 품목 매출 비중이 30% 이하인 다품목 제품 구조로 탈바꿈된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게 된 셈이다.

합병 시너지를 얻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11월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총괄하는 전사 합병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고 5대 부문(신수요 창출, 냉연 생산 최적화, 구매통합, 조직통합, 저원가 조업체계 구축)의 시너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구매와 물류, 재고관리 시스템이 통합되면서 직접적인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더 멀리는 현대자동차그룹 철강 수직계열화 강화로 확실한 수혜가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3고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내년에 현대기아차향 자동차용 강판 공급량을 연간 490만 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는 현대기아차 전체 자동차용 강판 매입량의 70%에 해당하는 규모다.

통합 현대제철 라이징스타를 꿈군다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고로의 전경
<출처 : 현대제철>

당장 3고로 증설로 늘어난 400만 톤(열연 230만 톤 + 후판 170만 톤)도 대부분 계열사가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열연 증가분은 주로 자동차 냉연 생산에 투입되고, 후판은 범현대 계열사인 현대중공업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동아시아 철강 시장의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와중에도 현대제철은 매출 성장을 위한 확실한 판매전략을 갖추고 있는 모습이다.

캡티브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수직계열화 체제 최종 소비자인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2012년 713만 대에서 2015년 847만 대로 18%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비해 현대제철 역시 냉연 공장 추가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추가 증설을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 특수강까지 영역 확대..시너지는 계속 된다

현대·기아차와의 수직계열화 강화 노력은 이 뿐만이 아니다. 자동차용 강판에 이어 특수강 제품으로 포트폴리오 영역을 넓혀나갈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내년 1월 특수강 공장 착공에 나서 내후년 연산 100만 톤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또 특수강 공장과 함께 2만 5000톤 규모의 부품용 철분말 공장도 세우기로 했다. 두 시설 공사에만 총 1조 2000억 원의 투자비가 투입된다.

특수강은 엔진, 변속기 등 자동차 핵심부품의 주요 소재다. 특수강 생산 체제까지 갖추게 되면 현대제철은 열연강판과 2차 가공품인 냉연강판, 부품소재인 특수강까지 일관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추게 된다. 국내 철강 시장의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은 캡티브 마켓 추가 확보를 통해 확실한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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