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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 외풍과 'CEO 리스크'

이진우 부장(산업팀장, 건설금융팀장)공개 2014-01-27 08:13:25

이 기사는 2014년 01월 24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기'를 둘러싼 암투는 늘 분쟁의 씨앗이 된다. 최종 목적지가 '대권'인 정치권은 물론이고 신성해야 할 종교계에서까지 후계를 둘러싼 다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기업들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오너가 있는 기업들은 자녀들이나 측근에게 부(富)와 경영권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는 바람에 가족들은 물론 주변세력이나 사회와 마찰을 빚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인이 없거나 정부, 정치권이 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공기업, 금융회사 등의 경우는 '외풍'이 문제다. 최고경영자(CEO)는 누군가에 늘 선을 대야 하고, 보이지 않는 권력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역시 무리수를 둔다. 이들 역시 자신이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를 잘 알기에 '소신'이란 말을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자칫 은혜를 무시하거나 더 큰 욕심을 부리는 배은망덕(?)한 행태를 보였다가는 큰 화를 입는다. A는 정치권 실세 누구를 잡았다더라, B는 또 다른 실력자에게 선을 대고 있다더라, 이번에 실세들끼리 세게 한번 붙었다더라, 하는 식의 얘기들이 들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금융회사나 공기업들의 경우 CEO는 물론이고 임원 인사에까지 이런 식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와 명예, 권력이 적절히 버무려진 '후계'를 둘러싼 구도는 그 자리에 욕심을 부리는 모든 권력자들의 최대 기회이자, 최대 고민거리다. 이 자리를 내 자식에게 어떻게 줄 것인가, 이 자리를 누구에게 줄 것인가, 이 자리에 누가 앉을 수 있도록 힘을 쓰거나 조종할 것인가. 늘 이런 화두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KT와 포스코 회장의 거취문제도 이런 형태의 과거 학습효과를 그대로 보여준다. 찌라시(사설 정보지) 등에 난무하는 의혹제기, 투서, 경쟁세력의 음해, 사법당국의 내사 내지는 수사 등 돌아가는 상황 자체가 별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인들까지 흥미를 끌도록 만들었다.

물론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그 전 경영진때도 그랬다. 정권지형이 바뀌거나 권력 실세의 눈 밖에 나면 가차 없다. 물론 물러나는 사람도 과거 비슷한 과정이 있었기에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외풍에 시달리면 아무리 좋은 경영체제, 지배구조를 도입하거나 갖추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 포스코의 현재 지배구조가 후진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결국 어떻게 이를 활용하느냐 하는 '운영의 묘'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CEO 교체를 둘러싼 과정이나 예상에 비해 '결과'가 괜찮았다는 점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나 황창규 KT 회장 내정자 모두 나름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엔지니어 출신 인물이다. 정치색도 별로 없어 보인다. 아마도 회장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 내용에 오히려 관심이 갔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 이유는 이 사람들 뒤에 '누군가'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물간 정치인, 정치권 주변을 맴도는 내외부 인사들, 정권에서 자리 하나 쯤은 마련해줘야 할 법한 인물들의 이름이 여기저기서 오르내렸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은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현 경영진의 거취를 둘러싼 과정부터 들끓었던 여론 탓에 외부세력이 눈치를 보고 스스로 꼬리를 내린 건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은 음모론이 제기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려보다는 낫다'는 것이 대체적인 기류다.

새 경영자가 스스로 '외부의 빚'이 없다고 자부한다면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해 '보이지 않는 손'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내부의 자성도 필요하다. 외풍에 반발하고 억울해 하면서도 역으로 외풍을 악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내부세력이 일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보이지 않는 손, 즉 외풍은 그 자체가 'CEO 리스크'다. 앞으로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해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경영상 큰 과오를 범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회장'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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