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보험사 은행업 진출 숙원 이루나 [교보은행 가능한가]금융당국 "금산분리 문제 없고 개인 오너도 문제 안돼"
송주연 기자공개 2014-03-03 09:12:36
[편집자주]
우리금융 민영화의 마지막 단계인 우리은행 매각작업이 곧 시작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우리은행 인수의 유력 주자로 일찌감치 교보생명을 주시해왔다. 교보생명은 여러 차례 은행업 진출을 시도한 전력이 있고, 지배구조 차원에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마침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올해 초 우리은행 인수의지를 공개천명했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벨은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 가능성을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4년 02월 20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보험사가 은행 경영권을 인수하는 첫 사례가 된다. 보험업계의 숙원인 은행업 진출이 이뤄지는 셈이다.사실 교보생명 이전에도 보험사의 은행업 진출 시도는 없지 않았다. 삼성생명의 경우 약 40년 전 대구은행(현 DGB금융지주) 지분을 인수해 현재까지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대구은행 지분 취득은 과거 거래 기업이 부도가 나면서, 부도 기업이 보유 중이던 대구은행 주식을 인수한 것이 인연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1998~2005년, 2008~2010년 지분율 7.25 %로 대구은행의 최대주주였다. 현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은행(SAMA) 산하인 'SAUDI ARABIAN MONETARY AGENCY'(지분율 7.71%)에 이어 2대 주주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대구은행 지분에 처음 투자한 것은 40여 년 전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며 "확인 가능한 공식 자료는 공시가 시작된 1998년부터"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SAMA와 삼성생명이 밝힌 대구은행 지분참여 목적을 보면 SAMA는 단순투자, 삼성생명은 경영참여 목적이지만 두 곳 모두 실제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 등 롯데그룹은 부산은행의 최대주주다. 1980년부터 1994년까지는 신격호 회장이 최대주주였고 현재는 롯데제과·롯데쇼핑 등이 13.59%의 지분율로 최대주주다.
BS금융지주 관계자는 "신 회장이 부산은행 지분을 보유하던 때에는 롯데그룹의 지분율이 최대 25%에 달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은행법 개정으로 은행지분 소유가 제한을 받자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줄였다"고 전했다.
◇ 삼성·롯데, 은행업 진출 시도… '금산분리'에 막혀
2000년대 이후에도 보험사의 은행업 진출 시도는 이어졌지만 국내가 아닌 해외가 타깃이 됐다.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을 막기 위한 금산분리 규제강 강화됨에 따라 해외 은행 인수를 시도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허용되지 않았다. 금산분리는 국내법이지만, 해외에서 인수한 은행이 국내로 진출할 경우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금융관료의 지극히 보수적인 잣대가 해외 진출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화재는 지난 2012년 라오스 최대 민간은행인 인도차이나은행의 지분 인수를 추진했다. 해외 투자 목적으로 15% 이내에서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었다. 보험업법상 15%까지는 금융당국의 승인 없이도 지분 취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은행업 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해 동부화재는 결국 주식 취득을 포기했다.
같은 해 한화생명(당시 대한생명)은 말레이시아에 민간은행 설립을 시도했다. 지분 투자 정도가 아니라 아예 현지에 은행을 세워 은행업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금산분리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현지 은행 설립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한화생명 역시 은행업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말레이시아 은행을 통해 국내에 지점을 개설할 경우 산업자본인 한화그룹이 보험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은행을 소유할 수 있다면서, 금융위원회가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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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 진출이 보험사의 '이룰 수 없는 꿈'이었음을 감안하면,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는 의미가 크다. 보험전업자인 교보생명은 금산분리 규제로부터 자유로워 보험사의 은행업 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 이상 우리금융 민영화를 늦출 수 없는 금융위원회 입장에서도 교보생명은 나쁘지 않은 카드다. 신창재라는 개인이 대주주인 오너기업이긴 하지만, 교보생명 이외의 마땅한 금융주력자(비산업자본)를 찾기도 어렵다.
현재 금융전업자 중 가능한 후보는 한국투자금융지주, 미래에셋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인수전 참가를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산업자본이 아니므로 우리은행 인수시 법적으로 (금산분리 원칙이) 문제될 것이 없다"며 "개인 오너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이미 마련돼 있으므로 사주가 있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은 타 금융회사에 비해 덩치가 크고 규제가 엄격해 금융주력자, 그 중에서도 사실상 은행전업자들이 대부분 은행을 인수해왔다.
실제로 과거 국내에서 매물로 나왔던 외환은행, 제일은행, 한미은행도 모두 국내외 은행 혹은 은행지주사에 인수됐을 뿐 보험 등 기타 금융회사가 인수를 시도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2004년 제일은행 인수전에는 뉴브리지캐피탈과 HSBC,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인수의사를 밝힌 끝에 스탠다드차타드가 제일은행을 인수했다. 한미은행 인수전에는 스탠다드차타드와 테마섹, 씨티그룹이 뛰어들어 씨티그룹이 최종 인수에 성공했다. 2003년 론스타에 매각됐다 다시 매물로 등장한 외환은행은 KB금융지주, 호주뉴질랜드은행(ANZ), 하나금융지주가 등이 인수를 추진하다 결국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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