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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유화계열 합병, 공정위 '칼날' 피했다 삼성석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부합..합병 통해 요건 완화

김장환 기자공개 2014-04-07 09:05:00

이 기사는 2014년 04월 03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병을 결정하면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지분율이 크게 축소되면서 제재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재계에서는 올해 시행된 공정위 규제가 삼성그룹이 이번 합병을 서둘러 결정한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을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은 이부진 사장을 향한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가능성이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다양한 승계 작업을 구상하고 있는 가운데 서둘러 양사의 합병을 먼저 결정한 것은 올해 시작된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가장 큰 원인이 됐다"고 전했다.

우선 공정위는 지난 2월 14일부로 발효된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올해부터 총수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 이번 규제는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액의 12% 및 200억 원 이상 일감을 계열로부터 받아오면 위법행위조사와 제재 조치에 들어간다는 것을 요점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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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규정에 따르면 삼성석유화학은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고스란히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일단 이부진 사장의 지분율이 걸림돌이다. 삼성석유화학은 삼성그룹 관련 회사들이 6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뒤이어 이부진 사장이 33.2%를 소유한 개인 최대주주로 앉아있다. 비상장사로서 총수일가 지분이 20%를 넘어서기 때문에 공정위 규제 요인에 부합한다.

아울러 삼성석유화학은 수년간 12% 및 2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내부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석유화학은 지난해 삼성물산으로부터 3617억 원의 일감을 받아왔다. 지난해 별도기준 총 2조 364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내부거래비율은 15.3% 수준이다. 공시가 되지 않은 여타 계열과의 내부거래가 숨겨져 있다고 감안하면 계열사로부터 받아온 일감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규제에 일부 예외조항이 있지만 삼성석유화학은 여기에 포함되는 부분도 없다. 효율성, 긴급성, 보안성을 요하는 사업의 경우 내부 물량이 200억 원을 넘더라도 법률상 적용제외 사유에 해당한다. 삼성석유화학의 경우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생산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업체다. 삼성물산과 거래 내역이 많은 이유는 상사부문을 중개상으로 PTA를 중국 등 현지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 가지 적용제외 사유에 해당하는 사업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삼성석유화학을 현재 상태로 끌고 갔을 경우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이부진 사장은 대규모 과징금 혹은 또 다른 제재를 받을 수 있었다. 개정 공정거래법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핵심은 과거 일감을 준 곳만 문제를 삼았다면 앞으로는 일감을 받은 회사와 이곳의 지분을 보유한 총수일가 역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제재 유형은 검찰 고발 및 국세청 통보, 과징금 등으로 구성돼 있어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이부진 사장 역시 이들 항목 중 어떤 제재라도 받을 수 있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사명 삼성종합화학)을 통해 이부진 사장은 공정위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내부거래는 고스란히 가져가더라도 이 사장의 지분율 자체가 크게 희석되는 결과를 내놓은 합병이기 때문이다. 합병 후 이부진 사장의 삼성종합화학 지분율은 4.91%로 내려앉게 된다. 삼성물산이 36.9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고 뒤를 이어 삼성테크윈(22.56%), 삼성SDI(9.08%), 삼성전기(8.97%), 삼성전자(5.25%) 순으로 주주가 구성될 예정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이부진 사장은 공정위 제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 동시에 적자가 이어지던 회사를 떠앉고 있었다는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삼성석유화학은 2012년부터 적자가 이어지면서 이 사장의 자산가치(주식)를 꾸준히 떨어뜨리고 있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1조 6000억 원대 달하는 순자산을 지닌 회사의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면서 이전보다 누릴 수 있는 이익(배당금 등)은 더욱 많아지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실질적인 유화계열의 지주사인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을 결정한 것은 삼성토탈과 시너지 등 다방면의 사업적인 측면이 고려됐을 뿐"이라며 "(이부진 사장의)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감안해 합병을 추진하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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