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4월 16일 11: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초 중소형 증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자산관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증권사 리테일영업의 중심축이 브로커리지에서 자산관리로 넘어간다는 흐름에 공감해 뒤늦게 사업을 벌인 것이다. SK증권은 10여 개의 기존 지점을 VIP센터 격인 PIB센터로 바꿨다. 한화투자증권은 '엘리저'라는 WM브랜드를 론칭했다.신영증권은 접근을 달리했다. 지점을 리모델링하거나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았다. 그 대신 맞춤형 '팀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 한 명의 자산을 3~5명의 PB들이 한 팀을 구성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철저하게 고객의 특성에 맞게 꾸려진다. 가령 상속 자산을 금융상품에 투자하려는 고객이 있다면 세무 전문 PB, 파생상품 전문 PB, 펀드 전문 PB가 한 팀이 된다.
1년 후 성과는 확연히 갈렸다. SK증권은 수익성 악화로 3개였던 WM 관련 부서를 하나로 묶는 조직 개편을 지난해 말 단행했다. 한화투자증권도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엘리저 사업을 접었다. 반면 신영증권의 관리자산은 확 늘어났다. 지난해 5월 8000억 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조 2300억 원에 달한다.
무엇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을까. 정답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있다. 여러 명의 PB가 모여서 자산을 관리해준다는 점이 고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다수 증권사에서 '1고객 1PB' 시스템으로 자산을 관리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대부분의 중소형사는 WM 사업이 부진한 이유를 태생적인 한계에서 찾고 있다. 지점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꾸미거나, 다양한 여가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해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돈도, 사람도 부족하다는 얘기다. 고객 기반 역시 대형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푸념도 늘어놓는다. 심지어는 "중소형사에게 WM사업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신영증권의 사례에서 보듯 WM 사업은 대형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차별화된 서비스로 대형사들과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취재 중 만난 신영증권 관계자는 "고객들이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객 관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국내 자산관리 시장은 사실상 대형사들이 점령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중소형사들이 자산관리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하나다. 값비싼 가구나 그림을 들여놓고, 바닥에 대리석을 까는 게 아니다. 부부 동반 골프나 승마 등의 프로그램으로 호객하는 것도 아니다. 서비스 차별화의 포인트를 짚어내는 일이 먼저다. 그 다음은 열과 성을 다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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