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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 크라제버거 인수 직접출자 피한 까닭은? 우발채무 노출 피할 수 있어..'오너 리스크'도 비껴가

권일운 기자/ 신수아 기자공개 2014-05-07 06:50:00

이 기사는 2014년 04월 29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식품이 사모투자펀드(PEF)를 동원해 우회적으로 크라제버거 인수에 나선 데는 '위험회피성향'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직접 크라제버거 지분을 취득할 경우 우발채무를 비롯한 잠재적 부실에 노출될 수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인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 일가에 대한 크라제버거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심리를 회피하려는 의도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전 회장 일가는 비상장 회사를 통해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재산을 증식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외식업체를 직접 인수했다가 '쓴 맛'을 본 전례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삼양식품은 지난 23일 나우IB캐피탈이 조성한 나우아이비12호 펀드(이하 나우12호)에 148억 원을 출자했다. 나우12호는 조만간 크라제버거 브랜드를 보유한 크라제인터내셔날을 인수할 계획이다. 나우12호의 삼양식품 지분은 99%로, 사실상 삼양식품이 PEF라는 통로를 활용해 크라제인터내셔날을 인수하는 셈이다. 왜 삼양식품이 크라제인터내셔날을 직접 인수하지 않고 간접 인수구조를 짰는지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삼양식품이 PEF를 활용해 크라제인터내셔날 인수에 나선 것은 삼양식품의 재무구조 훼손을 막기 위한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크라제인터내셔널은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이 높다. 삼양식품이 크라제인터내셔날을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우발채무에 따라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입을 수 있지만, PEF를 활용할 경우 펀드 지분의 가치가 변동되는 게 전부다.

인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나우IB캐피탈은 식음료 분야의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 집단으로 손꼽힌다. 따라서 채권자를 비롯한 크라제인터내셔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중재하고, 회사를 턴 어라운드 시키는 역할은 적임자인 나우IB캐피탈이 전담하는 게 이 구조다.

전인장 회장 일가의 '모럴헤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오너리스크'가 상존하는 삼양식품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크라제인터내셔날을 인수할 경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면류 프랜차이즈인 '호면당' M&A에 실패하면서 외식업에 낙제점을 받은 삼양식품의 경영능력에 대해서도 채권자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나우IB캐피탈이 책임만 떠안는 것은 아니다. 통상 PEF의 경우 펀드 존속기간 동안 약정액(나우12호의 경우 150억 원)의 일정 비율을 운용 수수료로 받게 된다. 여기에 크라제인터내셔널을 정상화시키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펀드를 청산할 경우 성과보수도 챙길 수 있다.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경험이 풍부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수많은 식음료 업종 M&A와 구조조정 경험을 보유한 나우IB캐피탈이 단순히 삼양식품과 그간 쌓아온 인연 때문에 크라제버거 인수 작업을 돕지는 않을 것"이라며 "나우IB캐피탈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도 많지만, 그만큼 성공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기에 크라제버거 인수 거래를 수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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