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전산갈등 감사보고서 보니… 고의누락·가격왜곡·담합정황 등 6가지 지적…"관련자 엄중문책 불가피"
윤동희 기자/ 송주연 기자공개 2014-05-30 09:36:57
이 기사는 2014년 05월 30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산 교체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은행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6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경영감사부는 최근 주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작성한 감사보고서에서 △지주사 임직원의 부당 개입 △중요자료 허위보고 △중요정보 고의 누락 등 왜곡 보고 △가격산정 왜곡 △BMT 결과 왜곡 △E&Y컨설팅 결과보고서 오류 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IT본부장 등 관련자들이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자료를 경영협의회 등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유닉스에 유리하도록 왜곡 보고했다는 것이다. 감사 측은 주 전산기종을 유닉스로 전환하기 위해 금융지주와 은행 전략기획부가 담합해 서류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 감사측이 이사회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전략기획부와 지주사 임직원이 유닉스에 불리한 자료는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서류를 조작하기 위해 담합한 이메일 내용이 포착됐다. 구체적으로 경영협의회 부의자료 작성시 '유닉스 전환리스크' 부분을 삭제토록 지시하고, 지주사 임직원이 은행 전략기획부, E&Y컨설팅 직원과 이메일과 메신저 등 비공식 채널을 통해 담합해 보고서 내용을 담합했다는 내용이다.
또 유닉스 전환에 반대하는 의견은 은행 경영진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사전에 차단했다는 게 감사 측의 주장이다. 유닉스가 아닌 기존에 사용중인 메인프레임을 계속 유지하자는 의견으로 작성된 보고서는 지주사에만 보고가 되고 은행 경영진으로는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IBM이 가격 인하 등의 조건을 걸어 제안한 내용도 경영협의회에는 허위로 보고 됐다. 경영협의회에는 IBM이 중도해지 조건을 지켜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했지만 감사측은 이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은 유닉스 전환과 관련해 E&Y에 컨설팅을 맡겼는데, 관련 부서가 경영협의회에 부의할 자료를 만들면서 컨설팅보고서에 언급된 유닉스 전환에 따른 리스크 내용을 삭제했다는 부분도 중요 사항으로 나와 있다. 유닉스 전환에 따른 위험성을 설명하는 자리에는 금융권의 유닉스 적용동향이 교체 삽입돼, 중요한 보고 내용을 고의적으로 누락했다는 내용이다.
감사보고서는 또 전산교체에 따른 비용문제와 관련해선, IBM 제안가격은 총소요비용을 높게 산정한 반면 유닉스 전환비용은 축소해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IBM 제안가격은 명확한 근거 없이 1540억 원에서 1950억 원으로 부풀려 산정됐으나 유닉스전환 총소요비용은 당초 보고된 1998억 원보다 100억 원 축소된 1898억 원으로 보고됐다는 것이다. 특히 BMT 결과를 반영해 유닉스 전환시 소요비용을 3055억 원으로 산정했음에도 이사회에는 1898억 원으로 보고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감사보고서에는 BMT 수행시 시스템 성능, 용량 확장성, 안정성에 대해 문제가 발생해 신뢰하기 어려움에도 이사회에서는 리스크를 축소하거나 왜곡해 보고됐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시스템(CPU) 용량이 남아 있어도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시스템 성능과 용량 확장성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하고, BMT 과정시 시스템 과부하 등을 검증하지 못해 안정성을 신뢰할 수 없음에도 리스크가 낮은 것으로 보고했다는 것이다. 감사보고서는 2007년 차세대 시스템 전산기종 선정 당시 BMT 검증항목이 83개였으나 이번 검증에는 17개로 크게 줄었고 그나마도 17개의 검증대상 항목 중 실제 수행한 것은 10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E&Y컨설팅 보고서 역시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IBM과 유닉스의 기종간 가격 비교시 유닉스 B(오라클 서버, 오라클 DB, 히다찌 스토리지)는 IBM에 비해 총비용이 연간 52억 원 절감되는 것으로 보고했는데, 유닉스 B는 제1금융권에 적용된 적이 없어 IBM과의 단순 가격비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E&Y 컨설팅 보고서는 유닉스 전환에 따른 장기 비용절감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평가했지만 실제 보고된 내용은 10년간 총 최대 1661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왜곡됐다는 지적도 포함됐다. 반면 유닉스로 전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전환리스크 비용(약 110억 원)은 축소해 보고된 점도 지적했다.
감사보고서는 "전산시스템 기종 선택 문제는 경영진이 전문적 검토없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면서 "내부 임직원이 지주사 등 외부 세력에 추종해 중요 보고사항을 고의로 왜곡하는 등의 집단적 행동은 은행 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IT본부장, 전략본부장, 재무본부장, 영업기획본부장, 고객만족본부장, CISO 등 전산교체 관련 실무협의회 구성원은 물론이고 지주사 임직원에 대한 문책 조치를 요구했다.
감사보고서 내용에 대해 IT본부장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전략본부장은 "금감원 감사 수검 중이라서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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