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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 국내 시장 확대 나설까 현대엘리 승강기사업부 인수 '어렵다' 판단..지사 통한 다방면 전략 검토

김장환 기자공개 2014-06-25 08:57:00

이 기사는 2014년 06월 20일 14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쉰들러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 승강기 사업부 인수가 어려워졌다는 판단에 따라 새로운 전략 구상에 들어갔다. 국내 100% 자회사인 ㈜쉰들러엘리베이터(쉰들러 코리아)를 통해 독자적으로 국내 승강기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쉰들러의 국내 점유율 자체가 크게 낮고,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생산 공장 및 정기 유지·보수 등을 위한 기존 인프라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의문으로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쉰들러그룹은 최근 쉰들러 코리아(옛 중앙엘리베이터)를 통한 국내 승강기 시장 점유율 확대 방안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독자적인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기존 인프라도 크게 늘리는 방편이다. 쉰들러 코리아는 2003년 중앙엘리베이터를 인수한 이후 공장을 매각해 국내에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지도 않은 데다, 자체 연구개발 역시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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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가 이 같은 구상에 들어간 것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 사업부 인수가 사실상 힘들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와 올해 들어 현대엘리베이터가 실시한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지분율이 크게 희석된 데다, 각종 소송전도 불리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쉰들러는 2011년 11월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회계장부열람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압박에 나섰다. 그동안 현대엘리베이터가 맺었던 파생상품 계약이 현정은 회장 등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만 가진 불합리한 방편이었으며, 이로 인해 주주들에 손실을 끼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후 본안소송(위법행위유지청구)까지 제기했고, 그동안 진행해온 소송만 6여개에 달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를 "경영권 방어를 위해 피치못하게 맺어왔던 파생상품을 공격해 신규 투자자 유치를 방해하고, 적대적 M&A를 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쉰들러는 "적대적 M&A 의도는 없으며, 주주로서 피해를 입고 있고 경영진의 배임 및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제기한 소송일뿐"이란 입장을 취했다.

다만 쉰들러는 '승강기사업부를 인수하고 싶다'는 의중은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2006년 5월 KCC 지분을 매입하며 처음 주주로 들어왔을 때부터 승강기 부문을 넘겨준다는 약속 하에 투자를 결정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2011년부터 시작된 소송이 경영권 압박을 통한 승강기 사업부의 적대적 M&A 의도라는 생각을 현대그룹이 갖게 된 배경이다.

이를 뒤로하고 법원은 지금까지 현대엘리베이터의 손만 들어줬다. 2건의 가처분 소송은 1·2심에서 모두 쉰들러의 패소로 끝났다.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지만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외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 등도 현대엘리베이터가 승소했다. 현재 가장 핵심 재판인 위법행위유지청구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지만, 그동안 가처분 소송 결과를 봤을 때는 쉰들러에 그리 유리한 국면은 아니란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쉰들러는 독보적인 2대주주 자리마저 놓친 상태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해 6월 1000억 원, 올해 2월 1800억 원대 유상증자를 단행하던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유증 전 35%에 달했던 쉰들러의 지분율은 불과 8개월새 21.5%까지 하락했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힘을 줬던 지분율이 크게 약화되면서 경영권 위협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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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 사업부 인수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내린 쉰들러는 국내 지사를 통한 독자적인 영업망 확대를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그다지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형성돼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3%대에 그치는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승강기 시장은 현대엘리베이터가 43.4%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티센크루프(18%), 오티스(12.8%) 등이 2~3위권 사업자로 올라있다.

국내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에 돌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국내 생산공장 및 연구개발 센터 등을 설립해야 하고 정기 유지·보수를 위한 인력 확충도 불가피하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 사업부를 인수했다면 쉽게 해결됐을 문제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만약 독자적인 사업망 확대로 눈을 돌리려면 쉰들러 코리아에 대한 대규모 자금 확충이 불가피하다. 결론적으로 쉽지 않은 과정이다.

엘리베이터업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 사업부 인수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국내 점유율 확대를 어떤 식으로 이룰 수 있을지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쉰들러 코리아가 국내 기간사업 입찰에 공격적으로 참여하는 등 독자적인 시장 확대 전략을 위해 발벗고 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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