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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은 적고 '책임'은 많다 [기로에 선 국민연금]⑦정성평가 20점에 불과…위탁운용사 선정도 외부에 의존

이상균 기자공개 2014-06-30 08:38:08

이 기사는 2014년 06월 25일 1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국민연금은 슈퍼 갑으로 군림하지만 내부 관계자들의 시각은 이와 다르다. 400조 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고 있지만 정작 국민연금이 지니고 있는 권한은 많지 않다.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정량평가의 배점이 정성평가보다 4배 많고 외부전문가의 입김이 더 많이 작용하고 있다.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보면 이 같은 차이가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국민연금의 덩치가 커진 만큼, 이에 걸맞은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높은 정성평가 배점, 운용사 ‘보수 인하' 경쟁 유도

감사원은 지난 2011년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정량평가 배점을 높이고 정성평가 비중을 낮추라고 권고했다.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정성평가를 최대한 배제해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라는 주문이었다. 감사원의 권고를 받아들인 후, 국민연금의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배점은 각 자산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80대 20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 잡음이 줄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운용사를 평가하는 정량 지표로는 수익률과 운용보수를 꼽을 수 있다. 이중 수익률은 평가가 가장 쉽지 않은 분야다. 변동성이 심한 주식형의 경우 기준 시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현재 수익률이 양호한 위탁운용사를 선정했다고 해도 향후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성과보수를 받을 정도로 성과가 좋았던 위탁운용사가 다음 해에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사례가 적지 않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평가하는 수익률은 과거의 성적표일 뿐이지 미래에도 이 수익률이 이어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며 "수익률을 단순히 데이터화해 정량 평가만을 실시한다는 것은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량평가 배점이 높을 경우 수익률보다는 운용보수 인하 경쟁이 이뤄진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의 정량평가는 다양한 유형의 펀드에서 고른 수익률이 나올수록 유리한 구조다. 특정 유형에 강한 중소형사는 성과 평가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수익률 격차가 크지 않을 경우에는 최대한 낮은 운용보수를 제시하는 곳이 유리해진다. 이는 보수 인하 여력이 큰 대형 자산운용사에게 유리한 구조다. 국민연금이 지급하는 연간 운용보수는 주식형의 경우 20bp 미만, 채권형의 경우 10bp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이 정도 수준의 연간보수로는 위탁운용사들이 양질의 인력을 다수 투입하기도 어렵다"며 "낮은 연간보수 때문에 투자 및 사후관리가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연기금의 평가 기준은 국민연금과 다르다. 정성평가 배점이 정량평가보다 훨씬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수십 년의 자산운용 경험이 쌓이면서 정량평가만으로는 실력 있는 위탁운용사를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을 체득한 것이다. 대형 PE 관계자는 "해외 연기금들은 채권보다는 주식과 대체투자 부문에서 정성평가 비중이 확연히 높아진다"며 "자신들이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운용사 선정 툴을 만들어 적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위탁운용사 선정위, 외부위원이 과반수 차지

국민연금은 위탁운용사를 결정짓는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다.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7인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각 투자본부의 본부장이 맡고 나머지 6인은 위원장이 지명한 국민연금 직원과 외부전문가로 이뤄진다. 이중 국내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경우에는 과반수를 외부전문가로 꾸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작용이 적지 않다. 우선 외부전문가는 위탁운용사 선정 이후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선정된 위탁운용사의 성과가 부진하거나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해도 국민연금의 각 투자본부에게 화살이 돌아갈 뿐이다. 국민연금은 선정 과정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뒤처리만 감당하는 모양새다. 국민연금 내부 사정에 어두운 외부전문가에게 수준 높은 전문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대부분의 외부전문가들이 투자 실무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들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1년에 수차례 외부감사를 통해 수익률 압박을 가하면서 국민연금에게 제대로 된 권한도 부여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며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권한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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