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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호텔 팔기 싫은 삼부토건의 '몽니'

이재영 기자공개 2014-07-16 09:18:11

이 기사는 2014년 07월 11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부토건이 추진 중인 르네상스호텔 매각이 1년 이상 지지부진 중이다. 당초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이지스자산운용의 자금모집이 수월치 못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면에는 어떻하든 르네상스호텔을 지키고 싶은 삼부토건의 '몽니'가 자리하고 있다.

삼부토건은 헌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지난 2011년 4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으나 채권은행으로부터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조건으로 7500억 원의 협조융자를 받아 법정관리를 철회했다. 이후 지난해 5월 이지스자산운용을 우협으로 선정, 르네상스호텔 부지와 건물 매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매각은 지지부진했고, 삼부토건은 이지스자산운용의 자금모집 난항을 이유로 파트너 변경을 들고 나섰다. 새로이 르네상스호텔 인수 및 부지 개발에 나설 주체는 KB자산운용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우 부지 개발이 다 끝난 후 대금을 지급하는 구조였지만 KB자산운용은 삼부토건의 부채 약 1조 원 중 10% 정도는 조기변제할 수 있는(출자전환 등) 구조를 제안, 삼부토건과 채권단의 구미를 당겼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우협 변경 추진도 또다른 시간끌기이며, 우리은행 등 채권단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잉(Showing)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80년대 후반 르네상스호텔을 세운 삼부토건은 강남의 요지인 이 땅을 금지옥엽처럼 여겨왔다. 국내 건설면허등록 1호 삼부토건의 자존심인 셈이다. 이러한 르네상스호텔을 팔 수는 없다는 게 삼부토건의 솔직한 속내이기도 하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해 5월 이지스자산운용컨소시엄과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위한 MOU 체결 후 지난해 11월 본계약 체결 시한 경과, 올 초 재협상 후 MOU 기간 연장 등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위한 가시적인 결과물 없이 변죽만 울리던 삼부토건이었다. 삼부토건이 개발계획을 더 우선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면, 이지스자산운용 또한 운신의 폭이 넓어졌을 것이다.

사실 삼부토건은 위기의 주된 이유였던 헌인마을 개발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에 큰 희망을 갖고 있다. 삼부토건은 동양건설산업과 서울 내곡동에 고급 주택을 짓는 헌인마을 PF사업을 추진하다 주택시장 침체로 인해 사업에 난항을 겪자 2011년 4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채권단은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단서로 유동성 지원을 약속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2기가 시작되고, 2006년부터 시작된 헌인마을 개발을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 지어야 겠다는 서울시의 의지도 엿보이고 있다. 다만 고급 주택 일색이었던 기존의 계획과 달리, 소형 임대 주택 등 개발의 내용이 조금 수정될 전망이다. 그래도 삼부토건에겐 숨통이 트일만한 희소식이다. 사업이 재개되면 수익이 발생할 것이고,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좀 더 후순위로 미룰 명분이 생긴다. 또는 매각 자체를 백지화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삼부토건은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르네상스호텔을 대상으로 자산재평가에 나섰다. 지난해 4분기에도 계열사 부동산을 토대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바 있다. 사는 쪽에선 아직 돈도 마련 못하고 어떻게 사야하나 고민 중인데, 팔겠다는 쪽은 물건값을 임의로 자꾸 올리는 격이다. 이와 더해 지금껏의 삼부토건 언행을 토대로 본다면, 르네상스호텔은 삼부토건이 완전히 망할 때 쯤 돼서야 실제 매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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