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7월 14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연구소가 발표한 '2014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 중 기부 경험자의 1년 평균 기부금액은 1473만 원이다. 지난해보다 150만 원 늘어난 금액으로 일반인 기부 경험자의 평균치가 21만 원인 점을 생각해보면 꽤 큰 돈이다.하지만 한국 부자 중 기부활동을 하고 있는 비율은 10명 중 3.5명 꼴로 일반인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비율은 지난해보다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부자가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는 '자발적 마음이 우러나지 않는다'는 답변이 절반 이상이었다. '사회공헌 단체에 대한 불신'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원하는 활동이 없다거나 방법을 모른다는 답변도 많았다.
프라이빗뱅커(Private Banker) 등 부자의 자산관리를 책임지는 전문가를 통해 들어본 부자는 매우 꼼꼼하다. 작은 일이라도 하나에서 열 까지 따져보고 결정한다. 다른 이에게 맡긴 일도 중간 과정에서 본인이 직접 들여다보고 평가하는 성향이 강하다. 거액을 기부하면 내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싶을 것이 당연하다. 기부하고 싶어도 성미를 만족시킬 활동이 없다는 지적은 우리나라 기부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기부컨설팅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반길만하다. 삼성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협약을 맺고 맞춤형 배분사업을 시작했다. 기부자가 희망하는 기부영역과 대상을 정하면 이에 맞는 지원사업을 제안하고 실행한다. 기부처 목록을 찾아주거나 기관 연결 정도에 그친 기존 상담수준에서 큰 폭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부자가 중심이 된 사업이 여러 건 진행되고 있고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초부유층 자산가를 대상으로 가문관리 상담을 하는 패밀리오피스에서 맞춤형 기부컨설팅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자산가의 철학을 담은 사회적 활동이 금융회사 자산관리 센터를 통해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금 기부와 같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가능하다는 점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후대에도 기억되길 바라는 자산가에게 큰 의미를 줄 수 있다.
상품·서비스 측면에서는 프라이빗뱅크와 패밀리오피스의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투자, 상속·증여, 문화라는 기존 상담 영역에 한 축을 더할 기회다. 맞춤형 기부컨설팅에서 고객 니즈를 재확인한 삼성 패밀리오피스는 기부신탁과 같은 상품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형 패밀리오피스, 프라이빗뱅크가 국내 자산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현하는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크 주커버그, 빌과 멜린다 게이츠와 같이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담아 사회에 기여하는 사례가 한국에서도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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