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8월 12일 08: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 규모가 400조 원을 넘어서면서 세계적인 기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400조 원이면 우리나라 일년 예산을 웃도는 금액이다. 그 규모에 걸맞은 수익성과 투명성·공정성이 요구되면서 늘 언론과 정치권의 비판과 견제를 받는다.방카슈랑스 형태로 많이 팔리는 우리나라 변액보험 규모는 어느 정도 될까. 상반기말 현재 80조 원을 넘어섰고 연내 1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보험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10년 남짓한 사이 부쩍 커졌다. 이 같은 증가 속도라면 역사가 30년이 다 돼 가는 국민연금의 규모를 추월하는 것도 헛된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이렇게 커진 변액보험은 잘 운용되고 또 잘 관리되고 있을까. 고객들은 운용과 관리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고 또 이해하고 있을까. 감히 결론을 내자면 그렇지 않다.
우선 변액보험이 개인에게 팔리는 과정부터 만족스럽지않다. 변액보험은 보험사가 펀드를 만들고 포트폴리오를 짜서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위탁하는 보험사의 펀드라고 보면 된다. 자금을 위탁받은 자산운용사는 보험사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펀드를 운용한다. 변액보험의 이 구조를 정확히 안다면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도 중요하지만 실제 자금을 굴리는 자산운용사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하지만 변액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은 이 같은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한다. 단순히 설계사나 방카슈랑스라는 채널을 통해 기존의 보험 상품 하나 가입하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객들의 이해 부족은 변액보험을 파는 사람들의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변액보험 내에 어떤 펀드 유형이 있고 이 유형은 어떤 자산운용사가 어디에 투자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는 판매 담당자가 많지 않다. 판매 채널의 변액보험에 대한 몰이해가 그대로 고객들에게 전이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시중 다수의 변액보험을 가입하는 과정에서 취재된 결과다.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상당히 내포하고 있는 대목이다.
변액보험에 대한 이해 부족은 운용과 관리 단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최초 선택한 펀드 유형을 바꾸는 비율이 5%가 안된다는 점은 변액보험 가입자가 유독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것이든지 아니면 정보 제공 미흡 혹은 변액보험 자체에 대한 이해도 부족에 의한 결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보험 업계에서조차 후자로 보고 있을 정도다.
운용과 관련된 정보 투명성은 어떤까. 어떤 운용사가 어떤 자산을 주로 취급하고 해당 펀드는 어떤 매니저가 운용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개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베일에 싸인 자산운용사는 변액보험 가입자인 개인보다는 위탁을 주는 보험사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된다. 소정의 대가로 최근 외국계 보험사와 운용사간 물량 밀어주기 행태가 벌어진 이유다.
생보협회를 통해 변액보험 정보에 대한 공시가 이뤄지고 있으나 그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 계열사 물량 비중 산정을 위해 순자산(NAV)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 설정액 기준으로 해야 할지에 대한 혼란이 있었고 보수율 변화에 따른 공시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게 돼버렸다. 사실 보수율은 주식과 채권이 혼합된 펀드에서는 시장 변화에 따라 불가피하게 변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매번 공시하라는 것 자체도 난센스다.
변액보험은 보험사에게 개인을 대상으로 자산운용 상품을 팔 수 있게 한 것이다. 즉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공모로 자금을 모집하는 펀드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금 모집 이후에는 운용 과정과 결과물에 대한 정보가 덜 공개되고 또 간섭도 덜 받는 사모펀드가 돼버린다.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이고 또 문제가 생기면 감독당국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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