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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重, 등급 방어 핵심은 '자산매각 성과' [Credit Outlook 점검]실적·재무구조 악화 '부정적'...자산매각 후 차입금 축소 여부 주목

이길용 기자공개 2014-09-03 16:03:52

이 기사는 2014년 09월 01일 10: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건설업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한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신용등급이 잇따라 BBB+로 하향 조정됐다. 특히 한국기업평가는 신용평가사 3사 중 유일하게 '부정적' 전망을 달아 추가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적 악화와 부담스러운 수준의 차입금이 '부정적' 전망의 근거로 제시됐다.

신용평가사들은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알짜 부동산 자산에 주목하고 있다. 업황 불황으로 한진중공업이 당분간 창출된 현금을 통해 차입금을 감축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1조 5000억 원 이상의 평가를 받는 인천북항부지·동서울터미널을 성공적으로 매각한다면 등급 하향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한기평 '부정적'…실적 악화와 차입금 부담이 원인

1937년 설립된 조선중공업을 전신으로 하는 한진중공업은 부산의 대표기업이자 한국 조선산업의 뿌리다. 한진중공업은 2005년 한진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된 후 2007년 한진중공업홀딩스로부터 조선 및 건설부문이 인적분할돼 설립됐다. 조선부문은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에, 건설부문에서는 항만 등 공공 토목공사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한진중공업의 신용등급을 BBB+로 강등했다. 3개월 후 한국기업평가도 BBB+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등급 전망은 엇갈렸다. 한기평은 '부정적', 한신평과 NICE는 '안정적' 등급 전망을 부여했다.

한신평과 NICE는 보유자산을 활용한 재무융통성을 인정해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한기평은 업황 부진으로 인해 한진중공업의 실적 변동성이 늘어난 점에 주목해 '부정적' 전망을 달았다. 김봉균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현금창출력 대비 차입부담이 과중하고 사업위험이 높아져 손익과 현금흐름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조선·건설업의 불황은 한진중공업의 실적과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2008년 4조 원에 달했던 영도조선소의 수주잔고는 업황 불황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9월 말 4000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 5억 달러가 넘는 수주 실적을 기록했지만 높은 원가율을 고려했을 때 수익성이 개선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수주 부진으로 2010년 3조 1678억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2조 5293억 원으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1조 2448억 원에 그쳤다. 수익성도 악화돼 2010년 이전 10% 내외를 기록했던 영업이익률(EBIT/매출액)은 2011년 이후 2~3%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부터는 영업적자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분할 당시인 2007년 말 순차입금 규모는 1조 1000억 원이었지만 그해부터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 약 2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면서 차입금이 크게 늘었다. 2011년 이후 순차입금은 3조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한 이자부담으로 2011년 이후 EBITDA/금융비용은 1배를 넘지 못하고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상선 발주가 호조세를 보였지만 수주 경쟁이 격화됐고 대금 결제가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으로 이뤄져 당분간 손익·현금흐름의 변동성은 높은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영업현금흐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진중공업 주요 재무지표

◇ 알짜 자산인 인천북항부지·동서울터미널 매각이 등급 방어 핵심

한기평은 '부정적' 전망을 달았지만 등급 하향을 위한 재무 트리거는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보유 부동산 매각 등 자구계획의 성과와 실적회복 여부를 기준으로 등급을 평정할 방침이다. 한신평과 NICE도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차입금 축소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명시했다.

3사의 결론을 종합해보면 보유 자산 매각을 통한 차입금 축소가 등급 방어를 위한 핵심 요소로 분석된다. 한진중공업의 주력 사업인 조선업과 건설업이 모두 불황의 시기를 보내고 있어 창출된 영업현금으로 차입금을 감축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은 한진중공업의 보유 부동산 중 알짜로 평가받는 인천북항부지와 동서울터미널이 원활하게 매각된다면 차입금을 대폭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부동산의 지난해 공시지가는 각각 1조 3960억 원과 2090억 원으로 평가됐다. 신평사들은 알짜 자산을 매각해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 2012년부터 이어져 온 자구노력보다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져 보유 자산 매각이 수월하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만약 매각 작업이 지연되거나 시장에서 기대한 수준의 자금 유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등급 방어도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주력 사업의 업황 불황으로 실적 회복이 요원한 한진중공업에게 알짜인 인천 북항부지와 동서울터미널 매각은 마지막 남은 카드"라며 "크레딧 관점에서 한진중공업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보유 자산의 매각으로 성과에 따라 등급 평정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진중공업 보유 부동산 현황

한진중공업 주요자산 매각 및 증자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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