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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맛 씁쓸한 '서민정 우선주' 상장폐지 [thebell note]

신수아 기자공개 2014-09-04 09:35:00

이 기사는 2014년 09월 03일 10: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거래량 미달로 상장폐지의 문턱에 있던 아모레퍼시픽 2우선주가 결국 상장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 종류주는 발행주식의 대부분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가 보유하고 있어, '서민정 우선주'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당초 이 우선주는 승계의 포석을 마련하기 위해 활용됐다는 사실 때문에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종류주 속성상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승계에 활용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 과정은 기발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06년 '사업회사 인적분할→공개매수→지주사에 현물출자'의 3단계를 거쳐 지주사로 전환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현물출자 직전 서 회장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아모레퍼시픽의 구형우선주(1우선주)를 서씨에게 증여한 부분이다. 서씨는 이 가운데 일부를 증여세 명목으로 현납했고, 이후 보유하고 있던 잔여 구형우선주를 전량 지주사의 신형우선주(2우선주)로 교환했다. 이 신형우선주는 10년 후면 자동으로 보통주로 바뀌는 전환우선주. 당시 10대였던 자녀가 성인이 될 즈음이면 자동으로 의결권이 있는 지주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게 될 절묘한 한 수 였던 셈이다.

이 전환권으로 인해 2우선주의 가치는 사실상 보통주의 주가를 추종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가는 8년간 10배 이상 올랐다. 2006년 말 기준 약 96000원 이던 주가는 2일 종가 기준 112만1000원. 이를 토대로 환산해보면 서씨가 보유한 우선주의 가치는 2006년 말 약 231억 원에서 지난 2일 2705억 원으로 성장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그간의 배당수익을 차치하고 시세차익만 2474억 원에 이른다. 그야말로 '황금우선주'다.

거래소가 최초로 거래량 미달을 이유로 상장폐지 경고를 게시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지난 8년간 상장을 유지해 온 오너의 우선주가 전환 2년 여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상장폐지의 위기에 몰린 셈이다. 언론에서도 오너가의 우선주가 상장폐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수차례 보도했다. 회사측에도 이에 대해 여러 차례 문의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우선주의 거래량은 없었으며, 사측으로부터 어떤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물론 상장폐지가 재산상의 손해와 직결되지 않는다. 다만 대기업 오너의 우선주가 상장폐지됐다는 선례만 남길 뿐이다. 하지만 아모레 오너들이 승계를 위한 주식이 제도권의 관심 영역 밖으로 벗어난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를 반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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