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메디슨 합병, 최대 걸림돌은 '인수 후 통합' 과정서 불협화음..인력 조정 등 합병 후폭풍 우려
박창현 기자공개 2014-09-05 08:25:50
이 기사는 2014년 09월 03일 15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의료기기 계열사인 삼성메디슨과의 합병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메디슨 인수 후 그룹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양 사 합병 역시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 등이 수반되야 된다는 점에서 다시금 갈등 국면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삼성전자는 최근 계열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삼성메디슨과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삼성메디슨을 인수한 직후부터 삼성전자는 통합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해왔다. 먼저 판매법인을 하나로 합쳤다. 조직 운영 효율성과 영업력 제고를 위한 결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메디슨 해외 판매법인들은 대부분 청산 절차를 밟았다.
회사 경영 역시 삼성전자가 직접 챙겼다. 인수 당시 삼성전자에서 의료기기 사업을 총괄하던 방상원 전무가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었고, 지난해부터는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 수장인 조수인 사장이 삼성메디슨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단기간 내 삼성 시스템을 이식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조치가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벤처기업 성격이 강한 삼성메디슨에 대기업 관리 시스템이 도입되자 갈등이 빚어졌다. 특히 가시적 성과에 초점을 둔 삼성 특유의 관리 방식들이 조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이 과정에서 '관리 중심 경영'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임직원들의 이탈이 줄을 이었다. 특히 일부 영업과 R&D를 제외한 상당수의 임원들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기 전문 업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성과 보상 시스템도 불협화음의 원인이 됐다. 의료기기 업체는 중간 유통사가 아닌 최종 소비자인 의사를 대상으로 직접 영업활동을 벌인다. 따라서 판매량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영업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삼성메디슨 영업사원들의 인센티브 봉급 체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적지 않은 인력들이 이직을 선택하기도 했다.
해외 판매법인 통합 과정에서는 상이한 직급 체제가 문제가 됐다. 해외법인이 통합되면서 삼성메디슨 해외법인장들은 졸지에 삼성전자 해외법인 내 파트장 수준으로 지위가 낮아졌다. 여기에 삼성그룹 편입 후 인센티브 비중이 크게 줄면서 해외 인력 이탈도 생겼다.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상이한 조직 문화 탓에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는 이제 합병이라는 더 큰 과제를 떠 안게 됐다. 여전히 양 사간 조직 문화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조직 개편과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조직 통합 시 지원 부서를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이미 일련의 삼성 시스템 정착 과정에서 인력 이탈 홍역을 치렀던 삼성메디슨 임직원 입장에서는 박탈감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또 성과 보수도 문제다.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서는 매년 PS(초과이익배당금)로 개인 연봉의 20~50%를 받고 있는 반면 삼성메디슨은 지급 대상이 아니었다. 자칫 성과 분배 과정에서 양 사 조직원들 간 대립과 위화감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다양한 사전 준비 작업에도 불구하고 삼성메디슨과의 합병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양 사 조직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병 방식을 찾는 것이 삼성전자의 당면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단순 합병 외에도 삼성전자 의료기기 부문만 떼낸 후 삼성메디슨과 합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내 의료기기 사업 부문간 성과보수 격차 때문에 삼성메디슨 임직원들이 느낀 위화감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병이 이뤄지면 상이한 조직 문화와 성과 보수로 인한 문제점들이 차차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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