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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선 현대건설, 가업승계 ‘적통' 이을까 [2015 승부수]정수현 사장 정체성·자긍심 회복 주문...주가 저평가, 승계구도 '히든카드'

길진홍 기자공개 2015-01-19 09:12:00

이 기사는 2015년 01월 14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만의 정체성', '우리만의 DNA'를 회복해 위기 시대를 헤쳐 나가자"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사진)은 이달 초 신년사에서 기업문화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돌아보면 채권단 관리와 그룹 편입을 거치며 조직문화가 명확한 구심점 없이 혼재돼 있었다"며 "안팎에서 자긍심 훼손으로 위험 회피 등 부정적 행동양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도적으로 모범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 그룹 내에 이를 전파하자"고 했다.

정 사장이 신년사에서 이처럼 '정체성 상실', '자긍심 훼손'. '부정적 행동양식' 등의 단어를 사용한 건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심기일전을 외치는 신년사 행간에서 여러 의미가 감지된다. 현대건설은 올해 중대 전환점을 맞는다. 그룹의 숙원 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의 초석을 다지는 원년이 된다. 유가하락과 환율불안 등의 대내외 악재를 딛고,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편입 후 등을 돌린 주식 투자자들을 다시 불러 모아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가업승계와 맞물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은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 주도권을 빼앗긴 듯 한 양상이지만 그룹 모태로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정 사장이 언급한 자긍심 회복과도 맥을 같이 한다.

우선 조직을 추려 전열을 재정비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외형성장에 초점 맞췄다. 조직을 편제해 영업력을 강화했다. 국내외 영업본부를 통합하고, 본부와 실 사이에 사업부를 도입했다. 사업부 수장에 많은 권한을 부여해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갖추고, 날로 악화되는 발주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했다.

주요 진출국인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의 정쟁불안 요소를 고려해 리스크 관리 인력도 대폭 충원했다. 이를 통해 수주텃밭인 해외의 사업 비중을 70% 이상으로 늘리고, 매출증대를 꾀할 방침이다.

관심의 초점은 외형증대를 통한 그룹 내부의 입지 강화 여부로 모아진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흡수한 뒤 무대에서 줄곧 소외돼 왔다. 장외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의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한 반면 현대건설은 바닥을 기었다. 시가총액은 이미 역전됐다. 시장은 이미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가업승계의 ‘주체'가 아닌 ‘수단'이 될 것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현대건설 주가 추이

하지만 현대건설의 외형성장은 가업승계 차원에서 활용 방안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착공으로 매출이 본격화 되면 활용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지금은 오너일가의 직접지분이 없지만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을 고려하면, 가업승계 차원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고 볼 수 있다.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스틸 지분 활용 방안 카드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배구조 단순화를 목적으로 그룹 유사 계열사 간 재편 과정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건설은 단순히 우회상장 또는 오너일가 상속재원 마련을 위한 수단에 머물지 않고, 구심점으로 지배구조 핵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오너일가의 직접지분이 없고, 그룹 지배구조 밑단에 위치해 그동안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지분승계 과정에서 대주주 일가가 버리는 카드가 아닌, 핵심 주체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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