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1월 22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용한 제약업계에서 유독 바쁜 행보를 보이는 기업이 있다. 한미약품이다. 정부규제 강화와 리베이트 사건 등으로 별다른 움직임 없이 숨 고르기에 나선 다른 제약사들과 달리 공격적인 R&D투자와 해외 기업투자로 연초부터 숨가쁘게 뛰고 있다.물론 한미약품의 R&D투자와 유망기업 발굴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10년부터 매출 대비 R&D투자 비중이 10%를 넘어섰고 지난해 3분기에는 401억 원 가량을 R&D에 지출하며 분기 사상 최대 투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신약개발 의지 때문에 증권가에서 한미약품을 가장 경쟁력 있는 제약사로 평가한다.
하지만 정부 규제 강화와 약가인하로 제약사들의 실적이 뒷걸음치고 있는 가운데 한미약품의 높은 R&D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실제 무거운 R&D 부담은 실적 감소에 영향을 줬다. 지난해 3분기 한미약품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2% 줄어든 12억 원에 그쳤고 당기순이익도 80% 가까이 감소하며 32억 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연 영업이익 700억 원대 회사에서 1000억 원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것이 다소 무리가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한미약품은 신약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R&D투자가 성공이라는 결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1990년 후반만 해도 군소(群小) 회사 중 하나였던 한미약품은 개량신약 개발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 세계적으로 신약개발이 부진해 개량신약 소재 발굴도 힘들 당시 한미약품은 연구센터 내에 개량신약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해 2004년 시판한 고혈압 치료제 '아모디핀'으로 약 400억 원을 긁어모았다.
이뿐만 아니라 약효 원리가 전혀 다른 두 가지 고혈압 치료제를 하나로 묶은 복합신약인 아모잘탈을 출시해 연 매출 600억 원대를 기록하며 국내 고혈압 치료제 시장을 복합제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후 제네릭(복제약)에 치중했던 제약사들은 한미약품의 성공을 보고 너도나도 개량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들에게 높은 R&D비용에 대한 우려 섞인 질문을 하면 10여년 전 개량신약 개발 당시를 언급한다. 이어 "'모두가 개량신약 투자에 회의적일 때 한미약품은 투자했고 이렇게 성장을 일궜다"며 "10년 뒤에도 현재 한미약품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기업에게는 재무제표 상 현재 이익이 중요하다. 하지만 10년 후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항목을 채워 줄 수 있는 투자도 필요하다. 당장 손해를 보다라도 지속가능한 발전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투자를 지속하는 한미약품의 의지를 응원하며 10년 후 노력의 성과가 만개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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