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1월 27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러다간 제2롯데월드 매장에 날파리 한마리만 날아 다녀도 위생이 엉망이라느니 하는 기사들이 대거 쏟아져 나올겁니다. 살얼음판이 따로 없어요".최근 만난 롯데그룹의 한 임원이 한탄조로 내뱉은 말이다. 제2롯데월드의 잇단 안전사고와 관련해 언론과 여론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아쉬움이 묻어나 있다. 한마디로 '죄질'에 비해 그 비판과 처벌의 강도가 너무 과하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롯데는 이른바 '땅콩회항'의 주인공 대한항공과 함께 지난해 말, 올해 초 언론의 가장 '핫' 한 기사 아이템 중 하나다. 오너의 갑질, 안전 불감증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낙인찍혀 가고 있다. 대한항공과 롯데를 제외한 다른 모든 대기업들이 행여 이 두 가지 기사 아이템에 걸려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집안 단속에 여념이 없을 정도다.
제2롯데월드는 롯데의 창업자 신격호 총괄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이다. 이제 그 꿈이 이뤄어질 날이 얼마 안남았는데 여기저기서 생각지도 못한 악재들이 쏟아져 나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맨손으로 시작해 현재의 롯데그룹을 일군 신 총괄회장을 모시는 임직원들 입장에서는 송구스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인명사고도 있었지만 상당수 안전과 관련한 문제는 어느 대형건물을 지을때나 흔히 있을 수 있는 사안들인데 언론이 이를 경쟁적으로 키우고 여론이 다시 민감하게 반응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항변도 나온다.
롯데측의 이같은 항변을 무조건 무시하긴 어렵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일부 억울한일도 있었을 법 하다. 몇몇 문제에 대해서는 사안에 비해 언론이 과도하게 관심을 보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주변을 돌아보면 최근 일련의 사태와 맞물려 롯데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더 큰 무언가가 감춰져 있거나, 더 큰 무슨 일이 일어날 수 도 있다는 의혹 내지는 우려의 눈길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인 '반기업 정서'하고는 또다른 양태다. 그렇다면 왜 롯데는 스스로 억울함을 감추기 어려울 정도로 '미운털'이 박혔을까.
이미 '소통 부재' 등 많은 지적들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베일에 싸인' 기업문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보수적인 기업 이미지, 더 나아가 대외 시선에 대해 지나치게 둔감하거나 냉담하게 반응해 왔다는 이미지로 연결된다. 여기에 한국어보다 일본어가 훨씬 능숙할 것 같은 오너에 대한 '이질적' 느낌도 한 몫하고 있다. 한국적 정서하고는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사안에 대한 반응이나 대응이 다르다는 식이다. 최근 신동주 부회장 해임을 둘러싼 후계구도에 대한 '지나친(?)' 외부의 관심 역시 소문과 해석만 있지 그 실체를 알기 어려운 특수한 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롯데는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게는 오히려 강하거나 아예 무시한다'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선수단 사찰 파문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결국 수뇌부가 교체됐던 롯데자이언츠 사태도 이런 이미지를 더욱 각인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다. 그렇다고 홍보기능이 약해서 그렇다며 홍보조직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본적인 출발점은 고유의 기업문화이고, 모든 시스템은 이 문화를 바탕으로 짜여지고 움직인다. 홍보조직도 마찬가지다.
결국 가장 핵심은 '오너의 인식'이다. 베일에 싸인 오너, 신비스러운 오너, 보수적인 이미지의 오너와 연결된 기업문화에서는 이심전심을 느끼기 어렵다. 그런면에서 최근 일련의 사태는 롯데에게 오히려 기회다. 오너는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고 측근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쉽사리 바꾸라고 진언하기도 어렵다. 외부의 질책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차갑고, 더 서운할 수도 있지만 오너 앞에서 기업문화를 살짝이라도 바꿀 수 있는 '명문'으로는 삼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대외협력과 홍보를 강화하는 방향의 조직 재정비와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가 적지 않지만 적어도 '변화의 동인(動因)' 이라는 관점에서 한번쯤은 긍정적 시선으로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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