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2월 16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언더독(underdog)은 낙오자나 약자를 뜻하는 외래어다. 투견(鬪犬)에서 밑에 깔린 개, 즉 싸움에 진 개를 부른데서 유래된 말이다. 최근에는 스포츠에서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표현으로 자주 쓰이고 있다.그런 의미에서 SK플래닛은 언더독이라는 수식어가 곧잘 어울리는 기업이다. 그룹 내에서는 SK텔레콤과 SK에너지 등 전통 강호에 밀려 존재감이 거의 없다. 담당 사업 내에서도 철저한 후발 주자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어플리케이션마켓), 이베이(오픈마켓) 등 초일류 글로벌 기업이 경쟁자들이다.
하지만 최근 SK플래닛 행보는 많은 그룹 계열사 가운데서도 단연 눈에 띈다. 특히 해외 투자 잔혹사를 써 내려온 SK그룹에게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
SK그룹의 얼굴이자 국내 1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은 해외만 나가면 한 없이 작아진다. 지난 2006년 미국에 합작 이동통신사를 설립했다가 2년 만에 투자 손실을 안고 사업을 접었다. 2010년에는 미국 이동통신사 라이트스퀘어드에 60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얼마 못가 파산의 수모를 겪었다. 여기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신흥시장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손실만 쌓이고 있다.
SK텔레콤과 함께 해외 투자 선봉장에 섰던 SK네트웍스도 브라질 광업개발사인 MMX와 중국 투자 손실 등 잇단 해외사업 실패로 최근까지 후유증을 앓고 있다.
안방 호랑이 꼬리표가 붙은 SK그룹에게 SK플래닛과 11번가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SK플래닛의 오픈마켓 서비스 11번가는 터키 진출 1년 반만인 지난해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진출 당시 오픈마켓 시장은 현지업체와 글로벌 기업 이베이가 양분하고 있었다. 언더독 'SK플래닛'이 꺼내든 승부수는 바로 철저한 현지화와 노하우 전수였다.
먼저 SK플래닛은 이스탄불에 직영 스튜디오를 만들고 판매자들이 상품을 촬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줬다. 이 때 국내 상품 촬영 기법과 마케팅 문구 작성 방법까지 세세한 판매 노하우를 함께 알려줬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좋은 상품을 갖고 있는 판매자들이 몰리자 고객도 늘었다. 여기에 한국만의 독특한 고객 서비스 중 하나인 24시간 콜센터도 열였다.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터키 시장을 개척한 SK플래닛의 다음 타깃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다.
SK그룹의 무수한 해외 실패에 대해 전문가들은 충분한 현지 조사 없이 의욕만 갖고 진출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외 투자 실패를 좋은 경험으로 여길수 있고, 국내 시장만 잘 지켜도 충분히 먹고 살수 있는 1등의 여유가 이런 무모한 의욕의 원천은 아니었을까.
SK텔레콤 플랫폼 사업 부문이 떨어져 나와 만들어진 SK플래닛에게 담당 사업 하나 하나가 모두 도전이다. 시장에서 도태되면서 사라진 사업부서도 적지 않다. 메신저 사업부가 대표적이다. 치열한 도전은 언더독의 생존 방식이다. 시럽(syrup)과 베네피아(benepia), 피캣(pickat) 등 이름도 생소한 이 서비스들 역시 도전의 흔적들이다. 물론 절반 이상은 사라질테지만. 여전히 배고픈 언더독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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