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3월 03일 10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임기(3년) 내 기업은행을 '내실 있게 성장하는 강한 은행'으로 만드는 것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2013년 말 취임 직후 밝힌 경영목표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라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목표를 권 행장은 성실히 이행해 왔다. 그 결과, 지난 일년 동안 기업은행의 순이익은 물론이고 순이자마진(NIM) 등 모든 지표에서 내실성장을 이끌어내며 '권선주'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개별기준) 935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15.25% 증가한 실적이다. 순익 증가율만 비교하면 기업은행은 우리은행(63.91%)을 비롯한 하나(30.66%)·국민(17.26%)보다 낮은 수치다. 하지만 순익 규모면에서는 신한은행(1조4552억 원)과 국민은행(1조290억 원)과 함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순익이 늘어난 것은 수익성 개선에 따른 것이다. 기업은행 NIM은 1.95%로 전년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은행(2013년 1.76%→2014년 1.74%), 국민은행(1.91%→1.81%), 우리은행(1.82%→1.56%). 하나은행(1.52%→1.47%) 등 주요 국내 은행들의 NIM이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이 같은 실적을 낸 이면에는 '내실성장'의 기초가 된 기업은행만의 강점을 그대로 살린 권 행장만의 영업전략이 숨어있다. 권 행장은 취임 직후 조준희 전 행장이 추진해 온 개인고객 확대 등 영업전략을 그대로 유지했다. 개인고객을 늘려 핵심예금 비중을 확대해 조달금리를 낮추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원화대출금 규모는 151조7000억 원으로 전년말 대비 6.76% 늘었다. 이 중 중소기업대출은 116조1000억 원으로 전년말 대비 6.68%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이 중소기업 대출규모를 1.21% 늘린 것과 대비된다.


기업은행이 저금리 상황에서도 중소기업대출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개인고객 확대로 핵심예금 등 조달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핵심예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3조1270억 원으로 전년말 대비 4조7440억 원 늘었다. 1년 새 16.71% 성장한 것이다.

기업은행의 원화예수금에서 핵심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1.8%다. 개인고객 수가 1000만 명을 처음 넘었던 2011년 말 17.2%였으나 매년 개인고객 증대에 힘입어 핵심예금도 증가하면서 2012년 18.4%, 2013년 19.4% 등 꾸준히 비중도 늘었다. 특히 핵심예금비중은 개인고객 확대를 강조하기 전인 2010년과 비교해 5.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신한은행(5.0%포인트), 국민은행(5.0%포인트), 우리은행(3.7%포인트), 하나은행(4.3%포인트) 등 주요 국내 은행보다 상승률보다 높다.

개인 고객이 늘면서 은행 영업창구를 통한 중소기업발행채권(이하 중금채) 조달도 증가했다. 시장조달금리와 창구조달금리 폭이 줄어들면서 낮은 금리로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가능진 것이다. 시장을 통한 중금채 조달금리는 2013년 2.65%에서 지난해 말 2.08%로 0.57%포인트 하락한 반변 창구를 통한 중금채 조달금리는 2.89%에서 2.20%로 0.69%포인트 낮아졌다. 2011년 이후 조달금리 하락폭을 봐도 시장 조달금리보다 창구조달금리가 더 가파랐다. 전체 중금채에서 창구를 통한 조달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63.3%로 전년말 대비 3.2%포인트 상승했다.


기업은행은 낮은 조달금리를 기반으로 이자이익을 늘렸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말 이자이익은 4조1807억 원으로 전년대비 5.26% 증가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0.38%와 1.70% 상승한데 그쳤고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4.54%와 6.54% 감소한 것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권 행장의 '짠물 경영'도 수익률 확보에 한 몫 했다. 비용 절감을 통해 새는 돈을 막았다는 것이다.

수수료 면제 조건을 고객의 이익 기여도에 따라 차등화해 수수료 수익을 높였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수수료수익은 6027억 원으로 전년대비 2.7%(161억 원) 증가했다. 일반관리비도 소폭 감소했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일반관리비는 1조8642억 원으로 전년의 1조8719억 원보다 0.4%(77억 원) 감소했다.

기업은행 CIR(Cost Income Ratio·총영업이익경비율)은 44.2%를 기록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기업은행 CIR은 2010년 28.8%였으나 2011년 30.9%, 2012년 39.9%, 2013년 46.4%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