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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이슈, 주주협의회가 궁극적 해결책" 박경서 기업지배구조원장…"금융사 연차보고서 사외이사 독립성·전문성 검토"

윤동희 기자공개 2015-03-23 08:10:00

이 기사는 2015년 03월 16일 1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달 초 금융사들이 일제히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공시했다. KB사태로 촉발된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으로 마련된 모범규준 시행에 따른 조치다. 보고서로 일반 투자자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승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뤄지는지, 사외이사가 얼마나 투명하게 선임되는지 등 지배구조 상태를 알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 의뢰를 받아 이번 연차보고서 서식 기준과 공시 결과에 대한 평가를 담당한 곳은 기업지배구조원(CGS)이다. 공시가 완료됨에 따라 기업지배구조원은 내달까지 118개 금융사가 공시한 연차보고서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지배구조 현황을 평가할 방침이다.

박경서 기업지배구조원장(사진)은 "기존에 지배구조 평가는 공개된 정보와 수치만을 바탕으로 평가를 해왔지만 연차보고서로는 회사의 실제 지배구조 운영 현황을 볼 수 있다"며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지켜지는지 집중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의 핵심은 주주의 이익 대변을 위해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의 여부다.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돼야 지배구조가 건강하다는 설명이다. 일차적인 사외이사의 독립성 판단은 가족이나 친지, 학연, 계열사 근무 여부, 후보 제안자와의 관계로 가린다. 여기에 더해 KB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사외이사의 자기권력화도 막기위해 이사회의 '책임성'도 눈여겨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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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은 "이번이 첫 연차보고서 공시인 만큼 가장 적나라하게 각 금융사의 지배구조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연차보고서가 주주총회 한달 전에 공개됐다는 데 가장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주총회일이 한 날에 몰리는 '주총 데이'현상이 있는 데다 사업보고서 등 기업의 주요한 정보를 주주총회 이후에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주주가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이번 연차보고서로 회사 경영진이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주주는 비교적 많은 정보를 사전에 습득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연차보고서 공시와 평가로 금융사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곧바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 지배구조 수준을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 낙제점 60점 사이에 70점 정도"라며 "사외이사 요건 등 제도적으로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사외이사의 독립성 문제나 일감몰아주기와 같이 실제 실행에서는 좋은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규준이 도입된 시간이 짧아 정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시각이다.

사실 사외이사 추천위원회나 CEO승계프로그램만으로는 지배구조 선진화를 이루기 힘들다. 이는 주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부차적인 해결 방안이기 때문. 박 원장이 주장하는 궁극적인 해결책은 주주협의회다.

박 원장은 "모범규준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지배구조의 궁극적 해결책은 주주가 기업경영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라며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주주협의기구를 운영하면 대리인 문제가 사라지는 등 주주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모든 방법에 우선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이 주장하는 주주협의회는 법적으로 이미 실현 가능한 제도다. 실제로 미국은 주총안건으로 사외이사 해임이 일반화 돼 있다. 스웨덴은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위원이 주요 지분을 가진 주주다. 주주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주주 간 견제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대리인 문제나 특정 주주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 상법에서도 0.5%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대형 상장사 주주는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 법적으로 주주의 권리가 보장돼 있는 데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나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기업의 저항 등으로 사용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박 원장은 " 신한금융의 사례처럼 주요 주주인 재일교포가 4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게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져 있을 경우, 최근 논란이 가중되는 관피아·정피아 영향에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주주의, 주주에 의한, 주주를 위한 경영 구조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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