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회사채발행 철회...SK證 책임 불거지나 일부 기관투자자 '리스크 고지 기능 미비' 지적
임정수 기자공개 2015-05-07 10:44:36
이 기사는 2015년 05월 04일 09: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풍산의 회사채 발행 철회 사태를 놓고 대표주관을 맡은 SK증권의 책임론이 일고 있다. 1분기 실적 급변동 가능성이 농후한데 투자 위험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는 등 대표주관사의 핵심 의무인 기업실사(Due Diligence)에 문제가 있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IB업계에선 실적 공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잠정 실적이나 재무 현황에 대해 증권신고서에 상세하게 기재하는 것은 공시 위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풍산의 회사채 발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증권신고서 작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사 의무가 있는 SK증권이 1분기 실적이나 재무 현황에 대한 공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여러 차례 정정 공시를 하게 됐고, 급기야 회사채 발행이 철회됐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실적 악화의 핵심 원인이 된 전기동 가격 급락이 1분기 실적에 미칠 악영향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데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전기동 국제 가격이 주로 1분기에 폭락해 실적 악화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증권신고서에 분기 실적 악화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2012년 이후 매출 증가와 실적 개선 추이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강조돼 있다"면서 "정작 핵심 투자 위험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예상 가능하게 기재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해외 계열사 현황도 부실하게 기재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제회 관계자는 "PMX 인더스트리 등 해외 계열사 실적과 재무 현황은 풍산 회사채 투자를 고려하는 기관투자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라며 "1분기 현황이나 전망에 대한 내용이 기재되지 않아 부실 실사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IB업계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회사가 실적을 발표하기 전에 해당 분기 실적과 재무 현황에 대해 실사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실적 발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1분기 실적이나 재무 현황에 대해 증권신고서에 상세하게 기재하는 것도 공시 위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면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회사에 공시 전 실적 내용을 요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SK증권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SK증권 관계자는 "풍산의 분기 실적이 악화된다 하더라도 연간으로는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확정되지 않은 분기 실적을 금감원의 정정 요구 전에 증권신고서에 포함시킬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시점을 4월로 정한 것도 분기 실적을 공시하기 전에 자금을 조달하려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면서 "4월이 금리 조건이 가장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풍산의 회사채 발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일부 기관투자자가 투자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수요예측에 참여했던 투자자들 중 한 곳이라도 투자 의사를 철회한다면 수요예측을 다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풍산은 수요예측을 재실시하는 대신에 회사채 발행을 철회한 후 대체 자금 조달 방안을 강구하는 쪽을 선택했다. 당초 풍산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6월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700억 원을 상환하고, 30일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 단기차입금과 기업어음(CP) 300억 원을 갚을 예정이었다.
풍산 관계자는 "당분간 내부 가용자금으로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연말 기준 풍산의 현금성자산은 55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기업이 수요예측을 완료했다가 회사채 발행을 철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지난해 KT ENS 사태로 정정 공시를 요구받은 KT가 회사채 발행을 철회한 바 있다. 한화케미칼은 수요예측 후 정정공시를 요구받았으나 투자자에 발행 금리를 올려주는 조건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풍산 사태는 분기 실적을 공시하기 직전 시점에 이뤄지는 회사채 발행에 대한 신고서 공시 의무 범위에 대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며 "이로 인해 회사채 발행이 차질을 빚을 경우 결국 주관사의 책임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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