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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소액주주 존중 문화가 없다" [thebell inverview]②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외국자본에 대한 국수주의 너무 강해"

박상희 기자공개 2015-06-26 14:24:14

이 기사는 2015년 06월 18일 13: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기업 치고 건설회사를 거느리지 않고 있는 곳이 없습니다.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충분히 건설업 진출이 타당성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대주주나 그 일가들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경우였습니다. 의도가 순수하지 않았던 거죠. 국대 대기업이 지주 체제로 전환했어도 여전히 기업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든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인터뷰 시작과 함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싼 이슈와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운용사 대표로서 직접적으로 어느 한 편을 들 수 없다는 이유였다. 합병 반대에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저먼트(이하 엘리엇) 사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을 표했다.

대신 존 리 대표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수 차례 한국에는 진실되게 주주를 위한 정책이 없었다고 일갈했다. 주주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다고도 강조했다. 존 리 대표가 이야기 한 주주란 개인 대주주를 제외한 기관투자가 및 개인투자자를 의미한다.

존 리 대표는 지난 1991년부터 15년 동안 '코리아 펀드'를 운용했다. 해외 첫 코리아펀드였다. 내부가 아닌 밖에서 국내 대기업의 고속 성장도 지켜봤고, 대우 사태 등을 겪으며 무너지는 기업도 목격했다. 이후 그는 국내 경제와 증시가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끊임 없이 이야기 해 왔다.

-국내 증시는 항상 저평가됐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왜 그럴까.

▲ "기본적으로 주식 투자하면 안된다는 문화가 있다. 기업 지배구조에도 문제가 있다. 외국자본에도 적대적이다. 자본주의가 제대로 발전할 수 없는 여러가지 제약들이 있다."

-하나씩 짚어 보자. 주식투자하면 패가망신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 "주식 투자를 타이밍으로 생각해서 그렇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주식을 팔기 시작하면 그때가 주식을 사야 할 때고, 택시 아저씨들이 종목 갖고 이야기하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반대로 한다. 팔야야 할 때 사고, 사야 할 때 판다. 투자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 평소 주식투자는 사고파는 기술이 아니라고 이야기 했는데.

▲ "
내가 생각하는 주식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이다. 롱텀-롱온리(long-term, long-only) 전략이다. 메리츠코리아펀드 수익률이 매우 높다. 그게 좋은 타이밍에 잘 팔아서 그런게 아니다. 우리는 사기만 하고 잘 팔지 않는다. 그래도 수익률이 높지 않나. 일반인들이 주식투자에 실패하는 이유는 투자하는 기업을 동업자,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반자라면 어떻게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팔 수 있겠나. 살 때도 마찬가지다. 이 기업의 주가가 400만 원까지 오른다고 보면 3만원에 사든, 5만원에 사든 가격과 타이밍은 상관이 없다."

-많은 대기업들이 지주사로 전환했고, 전환할 예정이다. 여전히 기업 지배구조가 후진적이라고 보나.

▲ 기업 지배구조가 나쁘다는 건 경영 판단을 할 때 대주주를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기업들이 건설업을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자기 자식이나 친척들 배 불리기 위해서, 경영권 승계 위해서 하는 것 아닌가. 일반 주주보다 대주주가 우선하는거다. 이렇게 되면 소액주주가 손해를 보게 된다. 기본적으로 주주를 존중하는 문화가 없는거다. "

존 리 대표는 기업 지배구조가 우수한 곳으로 아모레퍼시픽을 꼽았다. "아모레퍼시픽이라는 기업을 보면 과거 '태평양' 시절부터 한 우물만 팠다. 이것 저것 사업다각화 한다는 명목으로 딴 짓을 하지 않았다. 해외 공장 짓거나 판매망 넓히기 위해서 해외 진출하는 건 주주 입장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아모레퍼시픽이 건설업 한다고 하면 누가 납득을 하겠나."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존 리 대표는 외국 자본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외국 자본에 대한 편가르기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듯 했다.

"자본에는 국경이 없다. 또 돈은 돈을 쫓는게 속성이다. 그게 자본의 본질 아닌가. 그런데 외국자본이 국내에서 수익 내고 나가면 나쁜 놈들이라고 욕한다. '먹튀'라는 단어는 한국밖에 없다. 삼성전자도 외국에 공장짓기 위해 증자할 때 외국계 자금 받고 그러면서 성장하지 않았나. 자본은 '프리 플로우(free flow)'가 기본인데, 한국은 수익을 내는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배움의 전당인 대학교에도 외국자본에 대한 국수주의적 시각이 팽배해있다."

-국내 증시가 최고점을 돌파하거나 상승세를 탈 때 보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빠질 때도 보면 외국인들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 "그게 바로 이중적인 잣대다. 증시가 올라가면 좋아하지만, 빠지면 외국인들이 팔고 나간다고 뭐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팔고 나가지 않게 잘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지 않나. 외국 자본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데 타이완이나 홍콩으로 가지, 굳이 국내에 투자해야 할 이유가 없는거다."

-엘리엇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슈다.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의 의결권 행사도 주목을 받고 있다.

▲ "자본주의가 발달하기 위해서는 주주 행동주의가 더 확대돼야 한다. 한국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불가능한 구조다. 대기업 오너들이 웬만하면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있다. 국민연금 등의 발언권 확대 등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운용사도 목소리를 더 키워야 한다. 운용사의 입장이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목소리다."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펀드인 '메리츠코리아증권투자신탁1(주식)'은 국내 공모펀드 가운데 삼성그룹주 펀드를 제외하고 평가금액 기준 가장 많은 제일모직 주식을 들고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보유 비중은 3.31%로, 펀드 내 포트폴리오 가운데 두번째로 높다. 메리츠코리아펀드가 들고 있는 제일모직 비중에 대한 평가 금액은 최근 주가 기준 약 50억 원 수준이다.

존 리 대표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메리츠자산운용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에 대해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 지 사뭇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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