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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창조적이지 않은' 창조경영

이진우 부장(산업팀장, 건설부동산팀장)공개 2015-07-30 09:43:58

이 기사는 2015년 07월 28일 14: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17명이 함께 한 청와대 오찬 간담회. 재계 관계자들은 엉뚱하게도 '자리 배치'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쪽에 앉은 총수는 누구이며 재계서열 및 최근의 여러 이슈를 감안할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는 대화가 심심찮게 오갔다. 과거에는 누가 대통령 바로 옆에 앉았는데 이번에는 달라졌다며 이를 '광복절 특사'와 연결지어 해석하는 무리수(?)를 두는 이도 있었다.

스타성 있는 젊은 오너들이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을때 어떤 옷을 입고, 어떤 가방(핸드백)을 들고, 어떤 구두를 신었는지 마치 연예인 바라보듯이 패션 트렌드를 읽어내려는 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작 그 행사의 '주제'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간담회는 박근혜 정부의 야심작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원하는 17개 대기업의 총수, 그리고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 모두 모인 자리였지만 '창조경제' '창조경영'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재계 총수들이 "창조경제의 성공을 위해 뛰겠다"며 앞다퉈 투자계획 등을 밝혔지만 왠지 '자발성'은 결여돼 보였다. 경쟁 기업이 어느 지역에 어떤 혁신센터를 지원하는지에 대해 잘 아는 재계 관계자들도 별로 만나보지 못했다.

오히려 대통령과 우리 회장님이 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나란히 웃고 있는 사진을 주요 매체의 1면에 꼭 넣어야 하는 절박함이 더 컸다. 메르스 사태가 터져도, 가뭄이 극심해서 온 나라가 어수선해도 사진은 반드시 1면에 넣어야 했고, 대부분 이를 관철시켰다.

그 이유는 말 그대로 자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준 숙제이자 짐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 어차피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뭐 딱히 내용이 창조적인 것도 아니다. '창조경영'은 이미 과거에도 재계에서 커다란 화두로 등장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각 기업이 특성에 맞게 원래 하고 있거나 하려던 것에 '창조경제'라는 포장지를 씌워 홍보를 하고 정부와 호흡을 맞추는 식이다.

창조경영이 말 그대로 창조적인 경영이 아니라 '창조경제에 화답하는 경영'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정권에서 대기업에 새로운 화두를 던져 투자를 독려하고, 기업들은 여기에 맞춰 새롭지 않은 숙제를 제출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대통령이 대기업을 독려해서 어려운 경제상황을 풀어나가고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 자체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주기적으로 재계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재계 서열에 맞춰 자리를 배치하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간담회를 갖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이 있지만 이 역시 동의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라도 해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낸다면 오히려 적극 권장할 일이다.

다만 최대한 '자발성'을 이끌어 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게 기본 속성이다. 공적 영역의 의무를 강제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돈이 되지 않으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게 일반적이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비슷한 패턴이 이어지고 있는 것 역시 돈을 내고 투자를 하라고 독려만 했지, 정작 해당기업에 어떤 이문이 남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최대한 손해를 덜 보면서 최대한 생색을 내고, 이를 통해 정권과 눈을 맞추면 그만이다.

정권 초기 서슬 퍼랬던 살아 있는 권력은 이미 반환점을 돌아 종착역을 향하기 시작했다. 투자를 하라고 하면 투자를 늘리는 대책을 내놓고, 고용을 많이 하라고 하면 채용인원을 갑자기 늘리는 식의 대책도 마지막까지 이어지겠지만 서서히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전례로 볼때 '창조경제'란 슬로건도 차츰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창조경제, 창조경영이 대기업의 생색내기용 투자와 사회공헌으로 끝나지나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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