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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격호 '구두지시 효력' 오락가락 행보 [롯데 왕자의 난]평소 업무·인사 '말'로 주요 의사 전달…실무진 불이행 가능성 관측

장지현 기자공개 2015-08-04 09:37:49

이 기사는 2015년 08월 02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구두 지시'를 놓고 롯데그룹의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적법성 여부를 떠나 신 총괄회장의 구두 지시가 평소 그룹 내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나 이번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 사태에서는 '무단'으로 규정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는 지난달 31일 오전 롯데쇼핑 기자실을 찾아 전날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공개한 해임 지시서에 대해 "신격호 총괄회장은 보고를 드리면 '좋다', '싫다'를 그 자리에서 결정한다"며 "문서로 지시 사항을 남기는 것은 본적이 없고, 구두로 말해도 그대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은 신 총괄회장이 구두로 지시를 내리면 다른 임원들이 처리해왔는데 이번에만 문서로 남긴 것이 의심스럽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 전 부회장 역시 인터뷰를 통해 신 총괄회장이 평소 구두로 인사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신 전 부회장은 30일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창업 이래 롯데 인사는 회장이 모두 결정해왔다"며 "인사는 보통 구두로 이뤄지고, 서류에 직접 서명을 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의도와 달리 신 전 부회장의 발언은 "신 총괄회장이 평소 구두로만 지시를 했는데 문서로까지 남긴 것은 자신의 의중을 확실히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각자 의도는 다르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신 총괄회장은 평소 '구두'로 인사 및 업무 지시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앞서 27일 신 총괄회장이 구두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을 진행한 것 또한 평소 그의 지시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늘 해왔던 신 총괄회장의 구두 인사가 이번에만 '무단 인사'로 둔갑했다.

롯데그룹은 30일 신 전 부회장의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 반박하며 "구두 해임은 이사회 등 적법한 절차 없이 무단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들도 이러한 점을 이해하고,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 총괄회장의 '구두 지시'가 관행처럼 진행돼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룹 측은 다시 "그동안 신 총괄회장이 구두로 지시를 해 왔던 것은 맞지만 이후 실무진들이 절차를 거쳐 인사를 진행한다"며 "이번 건은 그런 절차가 없었기에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들이 인사를 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일반적으로 등기임원이사 이사를 해임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절차가 필요하다. 평소 법적 절차와 과정보다는 신 총괄회장의 말 한마디에 그룹이 좌지우지됐다는 점은 분명 문제다. 다만 이와 별개로 이번 사태에서는 평소와 달리 실무진들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구두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그룹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이번에는 등기이사들이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은 집행임원들의 경우 언제라도 구두 지시를 통해 해임시킬 수 있다"며 "신 총괄회장 지시를 인사 담당자 등이 이행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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