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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동빈' 모친 '하쓰코', 중재 실패했나 [롯데 왕자의 난]잇단 폭로전 부자·형제 갈등 심화...신동빈 회장 귀국 임박

길진홍 기자공개 2015-08-04 09:38:5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02일 19: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엄마'가 돌아갔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해결할 '특사'로 점쳐졌던 신격호 총괄회장의 둘째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는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모친으로 이번 형제간 갈등을 봉합하고, 중재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신동주 전 부회장이 더욱 날을 세우고,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남인 신동빈 회장을 질책하는 녹음파일 등이 공개되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사실상 특사로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는 지난 1일 오후 2시께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지난달 30일 입국한지 이틀 만에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쓰코 여사는 입국 당시 "시아버지(신진수 씨) 제사에 참석하러 왔다"고 밝혔으나, 제사가 열린 신동주 전 부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제사가 가족회의를 겸해 ‘反 신동빈' 세력 결집으로 비춰지면서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시숙인 신선호 산사스 사장의 잇단 발언에 거부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인 신선호 사장은 "신 총괄회장이 회사를 탈취당하고 있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신 총괄회장이) 한일 롯데의 경영권은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넘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쓰코 여사의 이번 한국 방문의 목적이 중재에 있다고 볼 때 신 사장의 강경 발언은 그를 불편하게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쓰코 여사는 한국 체류 중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이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함께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과 후계 구도를 놓고 여러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접촉이 모두 차단된 상태에서 하쓰코 여사는 신동빈 회장과 일본 경영진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된다.

일본에 체류 중인 신동빈 회장의 입장을 전하고, 형제간 앙금과 오해에서 비롯된 가족 갈등을 씻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신격호 회장의 회신을 들고, 일본으로 귀국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 동안 일본에 체류 중인 신동빈 회장이, 하쓰코 여사 출국 직후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하쓰코 여사는 빈손을 돌아갔을 가능성이 크다.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하쓰코 여사 귀국 당일인 지난달 30일 밤 언론을 통해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닮긴 해임 지시서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일본 이사진을 해임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번 사태가 신 회장의 중국 사업 부실이 발단이 됐으며 아버지가 차남을 내 칠 생각을 갖고 있다는 녹음파일 등을 제시하며 신동빈 회장을 자극했다. 하쓰코 여사가 떠난 뒤에는 신 회장이 중국 사업 손실 건으로 신 총괄회장에게 뺨을 맞았다고도 폭로 했다.

정황상 하쓰코 여사의 방문은 서로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처럼 흘러가면서 신동빈 회장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아버지의 뜻을 따를지, 이를 거부하고 독자노선을 갈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아직까지 신 총괄회장의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신 회장은 어느 쪽을 선택하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동빈 회장은 3일 오후 귀국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을 찾아 본인의 뜻을 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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