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사업은 '빛 좋은 개살구'인가 롯데·신라 제외 수익성 악화 시달려, 물품 소싱·관광객 집객 고전
길진홍 기자공개 2015-10-02 08:27:31
이 기사는 2015년 10월 01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면세점 사업은 성장 한계에 직면한 국내 유통기업의 탈출구가 돼 줄까. 연말 특허권이 만료되는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터줏대감 격인 롯데에 두산과 신세계가 각각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밑에서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면세사업 특허권을 놓고 장밋빛 전망과 기대가 넘친다.일부에서는 그러나 면세점 시장에 대한 전망이 지나치게 과대포장 돼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면세점 사업은 철저히 머천다이징(상품화 계획)에 기반한 유통사업으로 기존 백화점사업과 차원이 다르다. 주요 수요가 여행객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환율 등 외생 변수에 민감하다. 기본적으로 이익 변동성이 크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다.
신규 진입을 노리는 후보들의 물품 소싱(구매·협상)과 집객 능력 등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면세점 특허권이 출점 보장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점에서 홀로서기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년 전 경쟁에서 밀려 도태된 AK면세점은, 파라다이스면세점의 예는 의미하는 게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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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면세점 영업실적을 뜯어보면 척박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를 제외한 대부분 사업자가 고전하고 있다. 2014년 서울 시내면세점 3.3㎡당 평균 매출액은 3억 20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매출액이 평균을 넘는 기업은 호텔롯데 소공점(6억 원)과 호텔신라 장충점(5억 9000만 원) 등 2곳에 불과하다. 워커힐점(2억 4000만 원), 동화면세점(1억 5000만 원), 월드타워점(1억 4000만 원) 등이 평균 아래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호텔롯데를 제외하면 부진하다. 호텔롯데는 2014년 면세부문 매출이 3조 9494억 원으로 영업이익 3916억 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이 9.9%이다. 호텔신라는 5.7%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동화면세점의 경우 매출액 2928억 원, 영업이익 70억 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이 2.4%에 그쳤다. 2013년에는 오히려 적자를 냈다. 호텔롯데와 호텔신라를 제외한 대부분 면세점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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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와 호텔신라는 물품 구매 단계에서 집객에 이르기까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2곳 모두 호텔과 연계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다른 면세점들의 경우 외국인 집객에서 밀리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바닥을 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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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개장을 앞둔 신규 면세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증권업계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들어서는 한화 갤러리아타임월드 매장의 3.3㎡당 초기 매출이 롯데 월드타워점과 유사한 1억 40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총매출액은 4200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약 560억 원이다.
입지여건이 좋은 HDC신라의 3.3㎡당 매출은 1억 7000만 원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약 1조 4000억 원, 1200억 원이다. 그러나 이는 최고 수익을 내고 있는 호텔롯데 면세점 영업이익률(9.9%)에 근접한 수치를 적용했을 때 얘기다.
보수적으로 동화면세점 수치를 들이대면 영업이익이 급감한다. 현실적으로 초기 투자비용 등을 생각하면 수익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물품 구매도 고민거리다. 이들 신규 면세점은 에르메스·샤넬·루이뷔통 등 이른바 세계 3대 명품을 아직 유치하지 못했다. 정책적으로 브랜드 희소성 관리 차원에서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을 꺼리고 있다. 다행히 유커를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으나 중장기간 어려움을 감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면세점 사업은 초기 적자가 나더라도 끌어안고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단기간 내 큰돈을 벌겠다는 식의 영업을 지양하고, 장기적으로 서비스업을 육성해 수요를 창출하는 형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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