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내면세점 입찰 '데자뷰' 될까 롯데, 소공점 2조 매출 노하우...호텔 연계·지역 융합 경쟁력 탁월
길진홍 기자공개 2015-10-01 08:15:44
이 기사는 2015년 09월 30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는 신세계와 두산의 거센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꼽히는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 후보가 롯데와 SK, 신세계, 두산 등 4곳으로 압축됐다.30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5일 마감한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특허권 만료를 앞둔 롯데(소공점·월드타워점)와 SK(워커힐점)에 신세계와 두산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SK의 경우 롯데의 월드타워점을 추가로 신청했다.
신세계와 두산이 서울 시내면세점 3곳에 모두 복수 신청을 내고, SK가 신규로 가세하면서 이번 입찰전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합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 시내면세점 매출의 절반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는 롯데의 소공점 수성 여부가 관심이다. ‘지키느냐, 뺏기느냐'의 기로에서 사활을 건 총력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명동 본점을 후보지로 내세운 신세계는 전통시장과 상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7월 입찰 당시 실패를 교훈 삼아 후보지를 본관에서 신관으로 바꾸고, 중소·중견기업 등과 상생에 주력해 이익을 사회에 되돌리는 사업 모델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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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를 후보지로 내세운 두산은 지역 상인과 공생하는 심야 영업카드를 내세웠다. 다수의 후보들이 지리적 이점에 기반해 인근 소상공인과 협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면세점 과점 체제에 대한 비판 속에 이들 유통기업의 추격은 롯데의 면세점 사업을 위협하고 있다.
롯데는 그러나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해마다 2조 원가량의 매출을 내고 있다. 매장 3.3㎡당 매출액이 6억 원으로 호텔신라 장충점(5억 9000만 원)과 SK 워커힐점(2억 4000만 원)을 앞선다. 지난해는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넘치면서 매장면적을 1만 800㎡(3273평)까지 늘렸다.
이는 사업 노하우와 인프라가 결집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장기간 시장 과점에 따른 수혜도 적지 않지만, 호텔과 결합한 원스톱 쇼핑, 특화된 서비스 등이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 같은 영업 창출력을 무시하고, 신규 사업자에게 특허권을 넘길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롯데는 면세점 수성 전략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14년 말 제주 시내면세점 특허권 만료에 따른 재입찰에서 호텔신라와 부영의 거센 도전을 받았다. 당시 입찰은 지난 2013년 관세법 개정 후 입찰을 통해 치러진 첫 시험무대였다.
롯데는 특허를 재신청 하면서 면세점을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크루즈선을 통해 제주항에 들어오는 중국인들의 면세점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고, 관광 유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어 제주에 호텔롯데 분할법인(롯데면세점 제주)을 설립하고, 중소기업 제품 전문 면세점 카드를 제시했다.
결국 서귀포시에 면세점 후보를 냈던 호텔신라는 고배를 마셨다. 이부진 사장을 중심으로 입찰에 매달렸으나 오히려 롯데의 제주시 입성을 허용했다. 이 싸움을 두고 업계는 장기간 면세업을 통해 쌓인 노하우와 지역 사회 정서를 읽은 안목이 접목된 결과로 평가했다.
롯데는 이번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 종로구·중구 등과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표심 다지기에 나섰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주요 이동 경로인 인사동, 청계천, 명동, 남대문 등의 관광자원 활성화 카드를 꺼냈다. 면세 수요가 몰린 핵심 관광지역의 지자체를 감싸면서 신세계, 두산의 지역상권 살리기 전략을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시장 점유율이 이미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면허를 박탈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면세사업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자율경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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