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1월 03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청하신 자료는 저희가 알 수 없는 통계로, 일일이 금융회사를 통해 확인해야 하므로 파악하는데 최소 한달 이상 걸립니다"개인연금 상품 가입자 중 연금으로 수령하고 있는 가입자가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 질문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답변이다. '연금수령'은 연금제도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이를 관리하고 있지 않았다.
개인연금은 국민들의 노후생활을 뒷받침해주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만든 제도다. 사적연금(개인연금+퇴직연금)을 활성화 시키려는 금융당국의 노력 또한 연금이 국가사업으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금을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당국의 태도를 보면 연금을 제도가 아닌 그저 하나의 금융상품 정도로 여기고 있는 듯 하다. 제도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관리하기 보다는 그저 금융회사들의 사업 중 하나로만 보는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금감원은 100조 원 이상의 규모로 커진 개인연금에 대한 기본적인 통계수치 하나 갖고 있지 않다. 일일이 금융회사로부터 자료를 받아 확인해야 하는데다, 이를 수작업으로 처리하고 있어 오류가 있는지 검증 조차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현장에 있는 금융회사들은 제대로 관리하고 있을까.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다. 복잡한 세법을 전산화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연금시스템 하나 갖추지 않고 있다. 그저 수기작업으로 업무를 하고 있어, 오류가 있어도 이를 발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의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고 잘못됐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외면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경영상의 문제일 뿐이라는 태도다.
금감원의 고민은 오히려 연금상품 판매 확대에 쏠려 있다. 금감원이 지난주 발표한 '연금가입자의 권익 개선 대책'에는 그저 '연금을 어떻게 하면 많이 판매할까'에 대한 대책만 있을 뿐 가입자의 권익개선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연금의 판매채널 확대를 위한 온라인 상품 개발, 연금상품에 대한 국민들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연금박람회개최'가 어떻게 연금 가입자의 권익보호 일까.
우리나라의 사적연금 제도 역사가 아직은 짧기 때문에 이런저런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금감원의 연금관리에 대한 태도는 안일하다. 정부가 직접 나서 풍요로운 노후를 위해 개인연금에 꼭 가입해야 한다고 열심히 홍보하면서, 제대로 된 관리·감독조차 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안심하고 연금에 가입할 수 없다.
연금은 상품이 아닌 제도다. 연금을 그저 하나의 '시장'으로만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연금이 상품이 아닌 제도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전문성으로 승부한다고 열심히 외치고 다니면서 왜 연금제도에 있어서만 기본도 모르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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