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1월 05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가연계증권(ELS) 헤지손실은 3분기 증권사 실적 부진의 주범이었다. 지난 몇 달간 주요 기초지수들이 줄줄이 급락하자 헤지를 위한 조달 비용과 평가손실이 급증했다. 조기상환된 자금이 들어오면 헤지 비용을 일부 만회할 수 있지만 급락장으로 그마저도 급감했다. 발행잔액 1조 원 당 손실이 100억 원이 넘는다는 게 중론이다. 당국의 규제까지 강화되자 발행사들은 진퇴양난에 빠진 격이 됐다.지난해 증권사가 벌어들인 수익의 절반 이상은 ELS를 통해 나왔다고들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손실의 주범으로 돌변하자 증권사 내부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헤지 및 발행 물량을 줄이라는 컴플라이언스 부서와 그럴 수 없다는 운용 부서 간 갈등이 심화되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CEO들이 격노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ELS는 태생적으로 손실을 낳을 수 있는 구조다. 제로섬 게임의 성격이 짙은 수많은 옵션과 선물 거래를 수반한다. 아무리 운용 능력이 뛰어나고, 페이오프(Pay-off) 구조를 잘 짠다고 해도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 된서리를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다. 길었던 태평성대에 그 위험이 잠시 잊혀졌을 뿐이다.
사실 ELS 자체는 죄가 없다. 지금껏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한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가가 일정 구간에 머무르면 시중금리 2~3배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구조는 박스권 장세 하의 유동자금을 빨아들였다. 주식은 불안하고 채권금리는 낮다고 느끼는 투자자들에게 중위험·중수익을 표방하는 ELS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급격한 성장 이후 결정적인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의 흐름은 흡사 고사 이전의 ELW 시장을 보는 것 같다. 도 넘은 규제와 몸사리기로 시장 자체가 망가진다면 이 또한 어불성설일 것이다. 문제는 호시절이 영원할 줄 알았던 안일함과 지나친 쏠림 현상이었다. 위험을 충분히 인지했다면 건전한 성장을 도모하는 편이 맞다. 기로에 선 ELS 시장이 나아갈 방향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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